- 「콰이어트 볼륨 (The Quiet Volume)」에 대해서
저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도서관에는 다른 장소와는 분명히 다른 종류의 고요함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곳의 조용함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소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며 만들어내는 팽팽한 압력처럼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각자의 몸과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조정하며 유지하는 이 긴장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저는 매번 적지 않은 걸음을 걸어 도서관까지 옵니다. 어쩌면 그만큼 제 삶에는 이런 빽빽한 조용함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빼곡한 조용함 (Packed Stillness)
제가 고요함을 하나의 밀도로 인식하게 된 것은 이 작품을 경험하면서부터입니다. 오랜 연극적 실천을 이어온 두 창작자, 안트 햄프턴(Ant Hampton)과 팀 에첼스(Tim Etchells)의 협업작, <콰이어트 볼륨(The Quiet Volume)> - 조용함의 밀도, 부피로 번역되는 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2010년 초연 이후 전 세계의 도서관을 순회한 작품으로, 팀 에첼스가 오토테아트로(autoteatro) - 관객이 객석 대신 헤드폰을 통해 전달되는 지시에 따라 스스로 수행자(performer)가 되는 형식을 취합니다. ¹
조용함 바라보기 (Gazing at the Empty)
공연은 매회 단 두 명의 관객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는 도서관에 입장해 헤드폰과 MP3 기기를 전달받고, 두 권의 책이 놓인 테이블에 나란히 앉습니다. 약 60분 동안 관객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단순합니다. 헤드폰에서 나오는 지시에 귀를 기울이며, 앞에 놓인 책을 읽을 것 - 관객은 곧 도서관에 있는 것들을 전혀 다르게 인지하게 됩니다.
헤드폰에서는 나오는 은밀한 지시사항를 관객이자 참여자는 따르게 됩니다.
"오른손으로 앞에 있는 책장을 넘기세요. 손바닥을 오른쪽 페이지 위에 올려두세요."
헤드폰 속에 들리는 소리 - 이 지시를 수행하는 동안, 참여자는 더 이상 도서관 이용자가 아닙니다. 읽는 행위, 손의 움직임, 옆 사람과 같은 속도로 책장을 넘기는 행동들은 이제 같이하는 조용한 안무가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적인 행위를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도서관 전체를 관찰하는 숨겨진 관객이 됩니다. 이것을 통해 도서관을 유지하고 있는 압도적인 공기 — 조용함 바라 볼 수 있게 됩니다.
(소리)없는 주인공 ((Silent) Protagonist)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자신이 관객에서 배우로 변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 순간 도서관은 일상적인 공공시설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소음을 억제하며 참여하고 있는 집단적 무언극의 무대로 바뀝니다. 사서가 조심스럽게 책을 정리하고, 누군가가 고요히 책장을 넘기고, 나오는 기침을 참습니다. 모두가 소리를 없애기 위해, 조용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글을 씁니다. 소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소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옵니다. 같이 조용할 수 있는 공간, 각자의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운 생각들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 - '조용함'은 단순히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유지되는 긴장 상태이자, 압도적인 주인공입니다.
(출처 & 참조)
¹ Hampton, Ant. The Quiet Volume. https://www.anthampton.com/tqv_eng.html
² Gardner, Lyn. “The Quiet Volume – review.” The Guardian, 17 April 2011.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11/apr/17/the-quiet-volume-review
³ Belén Tortosa Pujante, 〈Performative contexts in contemporary theatre: towards the emancipation of the relational sphere〉, 2019, https://doi.org/10.2307/j.ctvfrxrhb.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