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락하는 신체 이미지에 대해서
추락하는 몸의 이미지는 언제나 우리를 섬뜩하고 아찔하게 만듭니다. 추락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우리는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이미지는 기억 속에 각인된 비극적인 역사의 한 순간을 정확히 기억에서 불러들입니다. 그래서 추락하는 몸의 이미지는 우리의 시선을 완전히 붙잡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공허 속으로 뛰어들기 (Leap into the Void)
1960년 프랑스 예술가 이브 클랭(Yves Klein)은 당시는 흔하지 않았던 사진을 합성하는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자신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사진을 담아 소형 신문으로 출간합니다. <공허 속으로 뛰어들기(Leap into Void)>라고 이름 붙여진 이 사진 작품은 당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사진이 명확히 비극적인 위험을 예상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죠. 네덜란드 예술가 바스 얀 아더(Bas Jan Ader)는 10년 뒤 1970년대 자신이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모습을 담은 추락(Fall) 시리즈를 연속으로 기록합니다. 여기에서 빈 몸으로 뛰어드는 예술가들은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어린 시절 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허공에 뛰어든 것과는 이유가 다릅니다. 중력에 무력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오히려 전시할 뿐입니다.
추락 1, 추락 2, 추락 3 (Fall 1, Fall 2, Fall 3)
동시대 예술가 폴 찬(Paul Chan)도 2005년 발표한 고요한 영상 작품도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자로 이루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흩날리는 나뭇잎, 노을로 핑크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하늘 배경으로, 천천히 하늘로 부유하는 일상적 물건들, 자전거, 스마트 폰, 건물들을 보여주다가 갑작스레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모습을 마주하게 합니다.
그림자로 만든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아름다운 풍경은 갑자기 날카롭고 충격적인 이미지로 변환됩니다. 2005년부터 제작해 7개의 연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작가는 <일곱 개의 빛들(7 Lights)>라고 제목 지으며, 성경 창세기의 일곱날을 황혼에서 새벽까지 환각처럼 재현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입니다.
추락의 해부 (Anatomy of a Fall)
빛이 존재한 이후부터 7일 동안 세계와 세상을 만들었다는 창세기 구절을 완벽히 거꾸로 뒤집은 것 같은 이 장면은, 마치 작가가 제목에서조차 빛‘(light)’라는 단어에 취소선을 그어 ‘지워진 빛’ 임을 명시한 것처럼, 물건들은 하늘로 올라가고, 사람들은 아래로 떨어지는 종말론 같은 장면을 보여줍니다.
허공으로 추락하는 몸을 통해서, 작가는 질문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 세계는 구원을 향해서 가고 있는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작가가 만든 구원의 우화는 각인된 여러 가지 재난에서 추락한 몸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정확히 우리 눈앞에 가져다 둡니다. 우리는 이 추락을 정확히 해부해 봐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