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알고 보니, 나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 “이제 알겠다”
어느 날,
내 맞선임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말없이 커피 한 잔을 건넸다.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천천히 말했다.
“요즘 많이 힘들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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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임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따뜻한 사람이었다.
내가 자대에 왔을 때부터
말없이 챙겨주던 사람.
묻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고,
조용히 곁에 있어주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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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을 이었다.
“사실…
나도 너처럼 당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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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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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매일 점심 만들었고,
소대장 운동 나갈 땐
음료수 들고 테니스장까지 갔었고,
빨래, 청소, 카드 정리까지 다 했었어.”
그는
멀리 보며 말했다.
“지금은 네가 다 하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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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알게 됐다.
이건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이 간부는
늘 같은 방식으로
말 잘 듣는 사람을 골라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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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착해서 그랬던 게 아니다.
어리숙해서도 아니다.
그저,
‘편한 병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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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이후,
나는 더 큰 허탈감이 밀려왔다.
지금까지의 고생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사람은
그걸 볼 마음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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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슬펐고,
분노가 치밀었고,
무엇보다 허무했다.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안간힘을 써온 줄 알았다.
“내가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오겠지.”
“내가 다 잘 감당하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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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고 보니,
그건 처음부터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