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닫은 병사, 속은 불바다》

#7. 그날, 나는 입을 닫았다 ▶“감정은 사치였고 말은 불이익이었다"

by 익명

맞선임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나는 이상하게 더 조용해졌다.


마음속 어딘가가

툭, 끊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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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도

뭘 바라는 마음도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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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는

웬만하면 입을 열지 않았다.


불필요한 농담도 하지 않았고,

개인정비 시간에 웃지도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그게 나한테 돌아올 것 같았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미 너무 많이 겪었다.


그래서 그냥,

“넵.”


무슨 말을 들어도,

무슨 지시를 받아도,

그냥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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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내가 너무 기계 같다고

나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그게 편했다.


덜 상쳐받고,

덜 지쳤고,

덜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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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렇게 살다 보니

내가 나를 점점 잃고 있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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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뭔가를 기대했다.

오늘은 좋은 하루였으면,

누군가 내 진심을 알아줬으면.


하지만 지금은,

그냥 아무 일도 없길 바랐다.


평범하게 시작해서,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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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나’를 지우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말을 아끼고,

감정을 숨기고,

기억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조금씩 진짜로

말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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