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병장, 후임들의 위로로 숨을 쉬다》

#8. 그래도, 그들이 있었기에 ▶ “침묵 속의 위로”

by 익명

점점 우울한 군생활이 이어지던 어느 날들.

나는 후임들 덕분에

조금씩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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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병이던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였고,

간부들의 부조리까지

혼자 다 떠안고 있었던 모습을


그 후임들은

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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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얼마나 참으면서 버텼는지를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없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작업이 있으면

내 몫까지 해줬다.


생활관에 맛있는 게 생기면

가장 먼저 내 입에 넣어줬다.


내가 없는 날이면

나 대신 뛰어다녔다.


내가 아무 말 없어도

내 기분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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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소한 배려들이

정말 큰 위로가 됐다.


말 한마디가,

따뜻한 눈빛 하나가,

그날을 버티게 만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정말 많이 위로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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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위로 속에서도

아쉬운 마음은 남았다.


그들은 후임이었다.

내 편이 되어주지만,

이 구조 안에서는

결국 아무 힘이 없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그들이 나를 위로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따뜻해서,

오히려 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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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사람.

나를 위로해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버지였다.


아버지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힘들다고 털어놓을 때마다

말없이 들어주시고,

필요한 게 있다면

어떻게든 보내주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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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버지는 말했다.


“정말 힘들면 신고해.

아빠가 도와줄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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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그 어떤 조언보다,

그 어떤 위로보다

가장 진심으로 와닿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차고 따뜻한 말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나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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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소대장은 곧 전역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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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이 더러운 부조리를

여기서 끝내고 싶다.’


‘이걸 내 후임들에게

대물림하게 두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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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참았다.

버텼다.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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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아보려 하고 있다.


더 이상,

이 구조에 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위로해 준 그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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