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만나 하나가...

<나이 먹는 내 모습 바라보기>

by 찌녕

'이제 이 두 사람은 여러분 앞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전에 남편과 내 앞에 계셨던 주례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남편의 고등학교 은사이셨던 주례 선생님은 난생처음 서셨던 그 자리가 몹시도 긴장되었던 것 같았다. 약간의 떨림이 있는 목소리로 말 많은 세상에 한 마디 보태는 것이 의미 없다고 하신 것이 기억난다. 그래도 정작 중요한 뭔가를 한마디, 같이 잘 살아봐라 혹은 서로 더 배려해라 뭐 그런 것을 말하셨을 텐데, 내 기억 속에서 깜쪽 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요즘, 그 주례 선생님이 읽었던 성혼 선언문이 자꾸 생각난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는 그 문구 말이다. 결혼한 지 28년이 지난 지금 와서 그 말에 진정으로 동의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휴대폰 어디 있지?"

차에 타자마자 내뱉은 내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편은 자기 휴대폰으로 내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식탁에 두고 나왔나 봐. 분명해. 그만 전화해도 돼!"

자신만만한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엉덩이 밑에서 잉잉 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거 봐라. 정신 좀 차려봐! 이렇게 계속 챙기게 만들 거야?"

투덜거리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어 한마디 던진다.

"에고, 사돈 남 말하지 마시죠. 발 아프다고 비틀거려서 잡아준 거 잊었나? 당신도 내가 계속 챙기고 있잖아!"

그래, 어느새 우리는 하루하루 덜떨어져서 온전히 한 사람으로 살지 못하게 되고 있었다. 아직은 그래도 0.9? 아니 0.8 정도의 사람 역할을 하고 있을까?

서로 잘났다고 스스로 으스대고, 주변에서 네 역할이 중요하다, 잘한다고 칭찬해 주었던 시간을 지나서 우리는 이제 걸음이 느려지고,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저기, 그..'를 남발하게 되었다. 생각과 행동에 갭이 생기고, 그 갭이 점점 더 벌어져서 딸이 답답해하게 된 지금, 뭔가 잊어버리는 일이 잦고, 비틀거리고, 아픈 곳도 많아지는 요즘에 나는 남편과 하나가 되고 있다. 잊어버린 것을 찾아주고, 아픈 곳을 만져주고, 비틀거릴 때 부축해 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