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나-전달법’

반복되는 설명과 설득이 가져온 달콤한 평화

by 원쌤

‘조용히 해!’, ‘뛰지 마!’ 교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하던 말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끝없이 떠들었고, 복도에서는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에서 들은 ‘대화법’ 수업 하나가 교실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저 말투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아이들의 태도가 서서히 변했고, 어느새 내 목소리도 점차 부드러워졌다.

대학교 교양 선택과목 중에 정확한 과목명은 생각나지 않지만 ‘효과적인 대화법’ 그 비슷한 수업이 있었다. 나중에 그것이 ‘나-전달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매 수업시간마다 과제를 주셨다. 그날 배운 내용을 일주일 동안 실천한 후, 결과를 리포트로 제출하는 것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나는 과제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평상시와 다른 화법을 사용하는 것이 영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대화법에 점차 익숙해졌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들한테 “조용히 해!”라고 하면 그 순간뿐, 아이들은 매번 떠들고 장난을 쳤다.

대신 “네가 큰 소리로 말하니까 수업에 방해가 되고 내가 목이 아파. 이따가 쉬는 시간에 말하는 게 어떨까?”라고 말했다.

복도에서 뛰고 장난치는 아이들한테 “뛰지 마!”라고 야단을 쳤지만, 아이들은 수시로 뛰고 넘어졌다.

대신 “네가 복도에서 뛰다가 넘어지거나 다른 아이한테 부딪쳐서 다칠 까봐 걱정돼. 천천히 걸어가면 어떨까?”이렇게 말했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단지 상대의 행동만을 묘사하고 거기에 대한 나의 느낌을 말한 다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 대화법의 핵심이다.

한 마디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길게 이야기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지만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긴 이야기를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그런데 극히 간단한 “조용히 해” 와 “뛰지 마”는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끝이 없었지만, 그 긴 이야기에는 끝이 있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두세 번 이야기하고 나면 서서히 아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주변의 친구들이 앵무새처럼 내 말을 흉내 내어 말을 할 적도 있었다. 그러면 반 아이들이 깔깔 웃고 나도 같이 웃곤 했다.

날이 갈수록 나의 잔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학기말이 되면서 더 이상 내 목이 쉬거나 통증을 느끼는 일 없이 조용하고 부드러운 교실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6학년 담임을 맡으면 2학기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졸업 관련 전달사항들 때문에 각 반 담임들이 수시로 모여 회의를 하게 된다. 갑자기 추가되거나 변경된 사항들이 생기면 수업시간에도 급하게 모일 때가 있다. 잠깐 모이기로 했어도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자습을 시키고 온 교사들은 장난꾸러기들 때문에 담임을 찾아오는 임원들에게 끝없이 지시를 해야 했다. 때로는 말썽꾸러기들을 혼내기 위해 허둥지둥 교실로 돌아가기도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풀이되곤 했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나는 회의실 밖을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 반 임원이 나를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회의를 마치고 교실로 가면, 각자 조용히 앉아서 담임이 있을 때보다 더 차분한 자세로 자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결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회의를 가기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들이 중요한 회의를 해야 하는데, 너희들이 떠들고 장난치면 옆 반에 방해가 되겠지? 선생님이 있을 때보다 지금 너희가 더 조심하고 조용히 해야 돼. 왜냐하면 너희들이 심하게 장난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선생님이 바로 도와줄 수가 없어서 위험하잖아?”


왜 지금 더 조용히 해야 하는지, 왜 지금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지를 확하게 이야기해 주면 아이들은 놀랄 만큼 조용한 태도로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가끔씩 아주 작은 소란이 있기도 하지만, 자기들끼리 서로 주의를 주면서(내가 했던 말을 인용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을 다음날 아이들의 일기를 통해서 알게 되곤 했다.


어른들도 사전에 그 이유를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회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의 이유를 명확하게, 그리고 되풀이해서 말해주는 것은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학년이 시작되면 두 달 정도는 목이 잠기고 아파 이비인후과에 자주 가게 된다. 의사는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들을 고치는 데는 적어도 두 달 정도의 끊임없는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학년을 마칠 때까지 나는 세상에서 가장 느긋하고 편안한 교사가 된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아이에게 좋은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 처음에는 부모를 탈진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결국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나는 그 한 학기 동안의 학부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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