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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 되는 순간들

두려움을 줄이는 부모의 양육 기술

by 원쌤

공부할 때 예습이 좋은지, 복습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각자의 공부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지나간 일을 되풀이할 수는 없지만 미리 예상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는 있다. 또 그렇게 미리 준비하는 것은 평온하고 안정된 일상을 위해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 병원에 가면 울지를 않았다.

간호사들이 “어? 안 우는 애들 왔네!” 할 정도였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 되면 나는 그전에 아이들과 병원놀이를 하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진찰하실 거야.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고, 심하면 주사를 맞을 수도 있어. 그런데 주사가 어느 정도로 아프냐면 요 정도야.” 하면서 팔뚝을 살짝 꼬집는다. 통증이 순간이기 때문에 아프다고 말할 틈도 없다. “이 정도면 참을 수 있겠지?” 하면 아이들은 처음에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네” 하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렇게 병원 놀이를 몇 번 하고 나면, 아이들에게 병원 가는 일은 별로 두렵지 않은 일상이 되곤 했다.


진료가 끝난 후 약 처방을 기다리다가 다른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우는 모습을 보면 “엄마, 별로 안 아픈데, 쟤는 되게 아픈 줄 아나 봐!” 하면서 뿌듯한 표정을 짓곤 한다. 그런데 가끔 안 울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주사를 맞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의사 선생님이 얼른 사탕을 주시는데, 우리 아이들은 매번 그 기회를 놓치곤 한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말을 못 하고 진료실을 나와서는 섭섭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의사 선생님이 나만 사탕 안 주셨어.” 그럼 간호사를 통해 사탕을 받게 한다. 그 나이에는 작은 사탕 하나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록 치아 건강에는 안 좋지만 때로는 그런 작은 행운이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과는 내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병원 1번이다. 이가 아파도 병원 가기를 차일피일 계속 미루곤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가는데, 치료를 마치고 오면 다음날까지 기운이 없다. 치료받는 동안 잔뜩 긴장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치과에 대한 느낌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이 지나 내가 알게 된 두려움의 근본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제 치료과정은 별로 아프지 않지만,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상황에 내 온몸을 맡겨야 하는 그 자체가 두렵고 긴장되는 것이다.

상상은 사실보다 더 극적이다. 밤이 무서운 것은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길도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은 다르다.


아기들이 병원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실제로 아파서라기보다는 아플 것이라는 지레짐작 때문이거나, 아니면 과거에 치료받으면서 아팠던 경험이 머리에 남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갈 때 미리 준비함으로써 좀 덜 두려워하고 좀 덜 걱정할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 내가 나이 들면서 알게 된 삶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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