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의 나침반
집 가까이에 작은 산이 있어 자주 간다. 높지도 험하지도 않으면서 사방팔방으로 길이 나있어, 주말이면 비탈길옆에 비켜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꽤 많다. 가끔 처음 온 듯한 사람이 묻는다.
"이쪽으로 가면 어디가 나와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막막하다. 처음에는 "이쪽으로 쭉 가면 홍제역이고 저쪽으로 내려가면 구청이 나와요. 그리고 쭉 더 가면 연대랑 신촌도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독립문이 나와요." 하며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비슷한 질문을 계속 받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어디 가시려고 하는데요?"상대의 목적지를 먼저 묻게 되면서부터 길 안내는 쉬워졌다.
가야 할 목적지가 명확한 사람, 목표가 뚜렷한 사람에게는 대답이 간단명료해질 수밖에 없다.
목표가 없다면 결과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매년 한 해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말도 못 하는 갓난쟁이를 바르게 키워 어엿한 사회인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엄청나고 더 대단한 일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가정은 아이들이 접하는 최초의 ‘문명’이며 그들이 삶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작은 사회공동체다. 부모의 도움 없이 경제적·사회적·정신적으로 온전히 자립하여 제 몫을 다 하는 성인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 목표에 따른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침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 키우는 일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뇌의 용량을 키워주어라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뇌의 용량을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뇌의 용량이 넉넉해야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은 뇌의 용량 키우는 일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담는 일만 열심히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작고 연약한 그릇은 깨지고 갈라지고 결국 부서진다.
뇌의 용량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게 하라. 그리고 아이가 경험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라. 각자의 나이에 맞게 스스로 고민하여 얻은 결론은 그 자체로 소중한 교훈이 된다. 어려서부터 그런 기회를 주지 않고 모든 것을 부모가 해결해 준 아이는 막상 스스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 되면 공황상태에 빠진다. 그럴 때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어리석은 부모는 “너는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런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냐?”라고 면박을 준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을 키워주어라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먼저 물어라. 아이는 대답을 하는 동안 그것이 자기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가졌기 때문인지, 또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는 깊이 생각하는 습관과 원하는 것을 위해 남을 설득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영국의 수상을 지낸 마거릿 대처여사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어떤 일을 해도 좋으냐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반드시 나에게 동기를 물으셨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합니다’라고 대답하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거절하셨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이 좋은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겠다고 하면 언제나 승낙하셨습니다.”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도록 하라
아름답고 따뜻한 추억을 많이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 사람은 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을 살다가 어려움이나 괴로움에 처해도, 그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을 갖게 된다. 늘 좋은 일, 행복한 일만 가득한 인생이란 세상에 없다. 삶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환희와 고통이 씨실과 날실처럼 섞여 아름다운 무늬의 옷감을 짜는 것이다. 내 아이의 삶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파란 불이 켜지기를 기다릴 줄 아는 현명한 어른으로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