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만든 기적

아이를 믿고 기다려준 한 엄마의 이야기

by 원쌤

"부모란 자기 아이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고, 아이는 자기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다. "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해 이보다 더 절묘한 표현이 있을까?


아이를 키우며 가장 어려운 순간은,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이다. 도와주고 싶고, 말해주고 싶지만, 참고 기다려야 할 때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오직 '믿고 기다리는 것' 뿐일 때 그 일이 누군가에겐 너무 힘들고, 누군가에겐 평생의 양육 철학이 된다. 그래서 최진석 교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하지 않고 참을 수 있는 사람을 聖人’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말할 때는 관심을 갖고 들어주되 개입하지 마라. 그들은 깜짝 놀랄 만큼 멋지게 풀어간다. 믿고 기다려 주기만 한다면.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인생의 쓴맛을 체험할 때 곁에서 보듬고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많은 대부분의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는 경우가 꽤 많다.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문제들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정리하다 보면 뜻밖에 잘 풀릴 때가 있다. 세상의 위대한 발견들 중에는 산책 중이거나 목욕 중에 나왔던 것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문제에만 집중하고 고민할 때에는 뇌가 경직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해결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생각나지 않던 해결방법들이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안정되면 뇌도 편안해지면서 뇌 활동이 활발해져 자연스레 그 실마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그렇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에 대해 유능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충만감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내면이 강한 아이를 만든다.

아이가 삶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모가 믿고, 힘을 북돋워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중요한 문제들을 친구들과 의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녀가 자신의 주변으로 끌어모으는 친구들은 그 아이의 생활, 욕구, 선택의 반영물이다. 그러므로 자녀의 친구들을 비난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식을 비난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아이가 나쁜 친구를 사귀었기 때문에'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잘생긴 얼굴에 공부도 잘하고 리더십도 뛰어난 고등학생 ‘엄친아’를 키우던 지인이 어느 날 집 근처 만화가게에 들어가는 아들을 발견했다. 친척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모범생이며, 어렸을 적부터 부모의 큰 자랑거리였기에 지인은 억장이 무너졌다. 집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 그 당시(30년 전)의 만화가게는 불량 청소년들이 주로 가던 곳이었기에, 만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들은 계속 밤늦게 들어왔고 지인은 남편에게는 말도 못 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나서 지인은 만화가게에 가서 만화를 한 보따리 빌려왔다.

집에 와서 아들 방에 만화책을 들여놓고는 부엌에서 또 한참을 울었다. 그날도 느지막이 들어온 아들이 방에 들어가더니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지인은 며칠 후 다시 한 보따리 만화책을 빌려왔다.

한 달 가까이 그런 일이 계속되던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엄마 이제 됐어요. 책 빌려오지 마세요.”

그리고 평소의 모습으로, 아니 전보다 더 무섭게 공부하는 모범생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의 방황은 없었고 시간이 흘러 결국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을 실천한 그 엄마의 얼굴은 언제 어디서나 늘 반짝반짝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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