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싸움이 만드는 건강한 성장
형제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아이들은 눈높이가 확연히 다른 어른보다 비슷한 상대인 형제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동생은 형을 따라 하고 형은 동생을 가르치며 자신감을 갖게 되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부모보다 좋은 선배이자 교사이며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되기도 한다.
형제가 있는 아이가 외동이 보다 상황대처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옆에서 서로를 보며 간접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형제들 간의 싸움을 통해 생존 방법을 배우고, 그런 상황을 되풀이 겪으면서 사회화를 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에게 싸움은 의사소통의 한 가지 방법이다.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한참 부족한 아이들에게 싸움은 각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신체 언어이다. 아이들은 싸움을 통해 상대의 생각이나 의견들을 받아들이거나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게 된다. 자라온 환경이나 가족문화가 다른 신혼부부들이 결혼 초기에 치열하게 싸우면서 상대방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이들끼리라면 이내 화해할 수 있는 싸움을 부모가 중재를 하며 나서거나, ‘사건화’하는 바람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형제간의 싸움은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고 해도 결코 양쪽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싸우다가 도움을 청하러 오면 중재할 생각을 하지 말고, 방에 들어가 함께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 좋다. 해결될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하면 더 빨리, 더 쉽게 해결된다. 아이들에게 싸움은 놀이를 계속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많이 싸웠던 형제나 자매들이 성인이 된 후 서로를 각별하게 여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싸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즉 싸움은,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아주 위험하지만 않다면 부모는 담대해질 필요가 있다.
옛 어른들의 말처럼 아이들은 싸우면서 커나간다. 어려서 싸우지 않았던, 혹은 싸우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억울한 상황이 생겨도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몰라서, 또는 상대와 불편한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 자리를 회피하게 된다. 그런 습성은 자신보다는 가까운 가족에게 그 불똥이 튀고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싸워야 한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이 되는지만 넌지시 확인할 뿐 자기들끼리 해결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맞다.
아이들이 싸우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별로 없어서이다. 싸우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싸움은 의견이 대립된 상황에서 말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비논리적이고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한참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셋인 우리 집은 늘 티격태격하는 소리로 아침이 시작되었다. 싸움 상대가 단일하지 않고 다양하다 보니 싸움의 내용도, 회수도 아주 다채로웠다. 신기한 것은 일상에서는 그렇게 싸우던 아이들이 내가 심한 몸살로 꼼짝 못 하고 누워있으니 확 달라졌다. 늘 투닥거리며 싸우던 아이들이 작은 소리로 속닥거리며 청소랑 설거지등의 집안일을 나누어서 하는 것이었다. 일상이었던 치열한 싸움이 사라지고 집안에 낯선 평화가 가득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먹을 것과 주스를 챙겨서 가져다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건강하고 튼튼한 엄마가 아이들의 성장 기회를 오히려 뺏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