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노는 아이가 잘 큰다.

공부는 때가 없어도, 놀이는 때가 있다.

by 원쌤


예전 어른들이 늘 하던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은 이제 ‘노는 건 때가 있다.’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요즘은 평생교육원이나 여러 종교단체의 노인대학, 문화센터나 각 주민자치센터에도 유용한 강좌들이 넘쳐난다. 이제 배울 생각만 있다면 공부할 기회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바야흐로 ‘공부는 때가 없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땀을 흠뻑 흘리며 맘껏 뛰놀 수 있는 시기는 흔치 않다.

유년기에 마음껏 뛰놀며 성장한 세대의 정신 질환 증가율이 성인기와 중년기에도 상당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릴 때 충분히 노는 것은 평생의 정신건강을 좌우한다. 실컷 놀면서 행복을 경험한 어린 시절이 있어야 힘들 때에 사람들은 ‘더 좋은 시절’, ‘더 좋은 상황’을 떠올리면서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다.

어른보다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은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제대로 분출해야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집중력도 좋아진다. ‘ADHD'로 알려진 증상의 대부분은 다양한 정서적, 신체적 요구나 필요들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나타나는 신체증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것이 여자아이보다 에너지가 왕성한 남자아이에게서 ADHD나 틱 장애가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어려서부터 놀 기회를 빼앗긴 채 선행학습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까.

아이들에게 놀이는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과 감정 등을 표현하는 그들만의 언어이다. 또한 아이가 스스로 놀면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또래와의 놀이 속에서 빈번하게 갈등을 경험하지만 나름대로 이를 해결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킨다. 이런 경험이 있는 아이는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과 아울러 해결 기술까지 습득하게 된다. 이와 달리 또래와의 놀이를 박탈당한 아이, 대인 관계 경험이 부족한 아이는 갈등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회피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위축되고 자신감이 사라진다.

교실에서 끊임없이 싸우던 아이들이 바깥에서 신나게 체육을 하고 들어오면 밝은 표정으로 서로에게 장난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마음이 편안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집중력과 인내심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학업이나 교우관계가 탁월한 아이들 대부분은 운동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어릴 때 실컷 놀며 성장한 아이들이 건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팔과 다리 근육을 사용하면서 소근육과 대근육이 발달하고, 숨이 차도록 신나게 뛰어놀면서 폐활량이 좋아지고 자연스레 혈액순환도 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은 정신건강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우울증 환자에게 운동 처방을 하는 의사가 꽤 많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결국 잘 노는 아이가 나중에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다.

연세대학교 김명순 교수는 ‘아이에게서 놀이를 빼앗는 것은 세상을 배울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여자 아이들을 화려한 옷과 머리띠로 치장하고 남들이 노는 것을 구경만 하도록 하는 엄마들은 어린 시절에 자신을 예쁘게 꾸미고 싶었으나 할 수 없었던 미련이 남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엄마의 통제 아래서 옷이 더럽혀질까 두려워하며 자란 아이들은 몸이 굼뜨고, 자신감도 부족해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기피대상이 된다.

영어 선행 학습 대신 놀이를 택한 5살 아이는, 나중에 누구보다 쉽게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데, 오감을 사용한 놀이를 통해 자신이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는 집중력으로 하는 것이며 집중력은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길러진다. 놀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채워지면 아이는 그 후에 자신의 에너지를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너도나도 중학교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시대에 아이들을 충분히 놀린다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극히 드물게도 그런 힘든 일들을 무사히 버텨낸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따뜻하고 편안한 미소와 깊고 그윽한 눈매를 가지고 있다. 역사상 많은 위대한 성인들처럼 양육의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서 그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성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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