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하는 여행, 몸으로 하는 독서

작은 습관이 만드는 큰 차이

by 원쌤


미국 전직 대통령, 클린턴의 외동딸 첼시가 수업시간에 책 읽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명석한 두뇌에 학교성적도 매우 우수했으나 읽기 시간만 되면 긴장된 표정으로 힘겹게 떠듬거리며 책을 읽곤 했다.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첼시의 부모는 당황했다. 평상시에 집에서 늘 많은 책을 읽어주었기 때문에 부모는 그 상황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첼시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책을 읽을 줄 알게 되면 부모가 책을 더 이상 읽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책 읽어주는 행복한 시간을 충분하게 즐겼던 아이들일수록 그런 일이 자주 있다.

부모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가 글자를 알게 되면 책 읽어주기를 멈추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이제 혼자서도 책을 잘 읽으니까 이제는 내가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4학년까지는 읽기 수준보다는 듣기 수준이 더 발달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것과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어른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 속 이야기는 아이에게 상상력을 갖게 하고 폭 넓은 사고와 감수성,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까지 자연스럽게 길러준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나도 하루 빨리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쳐서 고달픈 책 읽어주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밀린 집안일과 저녁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밥을 먹고 나면 아이들은 잊지 않고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왔다. 나는 설거지도 안 한 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했고 가끔은 읽어주다가 잠이 들 적도 있었다.

매일 책을 읽어주겠다는 굳은 결심이 자꾸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글자를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겹게 느껴질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이 최소 4학년때까지는 책을 읽어주겠다고 다시 결심했다. 그 결심이 끝까지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오랜 시간 나름 열심히 책을 읽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다른 과목보다 국어 과목의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낭독을 시켜보면 어떤 아이가 성적이 좋을지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3학년인데도, 들릴락 말락 하는 목소리로 떠듬떠듬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대화와 묘사를 구별해서 적절하게 감정을 넣어 또박또박 명확하게 읽는 아이들도 있다. 평상시 꾸준히 책 읽는 습관이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책 읽기는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넘어서 세상의 수많은 일들을 간접 경험하게 하고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이나 좋은 행동 습관을 갖게 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인간이 반드시 지녀야 할 필수 덕목인 사랑, 용기, 정직 그리고 따뜻한 마음은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자세하게 되풀이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피노키오 책을 한 번 읽어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인간은 논리나 이성보다는 스토리텔링에 더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짐 트렐리즈는 자신의 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자>에서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하루에 단 15분만 시간을 내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라. 아무리 바빠도 이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집에 와서는 집안일을 하면서 신문을 읽고, 뉴스를 시청하고 프로야구를 본다. 자신이 즐겨보는 티브이 프로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자신을 위해서라면 시간을 할애하면서 자녀에게 책 읽어줄 시간은 좀처럼 내기 어렵다.

그러나 20년 후까지도 프로 야구팀들은 계속 야구를 할 것이고, 쇼핑센터도 계속 존재할 것이며, TV프로그램도 계속 새롭게 만들어져 방송될 것이다. 설거지감이나 청소해야 할 곳도 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의 어린 아들, 딸들은 그대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20년 후가 되면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기회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15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 작은 15분이 쌓이면서 내 아이의 삶이 달라진다.

‘독서는 머리로 하는 여행,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한다.

현명한 부모라면 내 아이가 언제나, 어디서나, 돈 없이도 얼마든지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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