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우고 집에서 쉬고

엄마는 엄마 역할만

by 원쌤

가끔 자원봉사를 하러 가는 무료 급식소에서 나는 주로 설거지를 담당한다. 아무 생각 없이 서서 기계적으로 설거지를 하노라면 허리는 뻐근하고 다리도 아프지만 어느새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손을 놀리다 보면 점점 머리가 맑아지면서 기분 좋은 피곤함이 느껴진다.

약 15평 정도 크기의 급식소에는 4인용 식탁 4개와 혼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벽을 향해 놓인 두 개의 긴 식탁이 있어서 총 30명 정도가 한 번에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가 시작되면 급식소 안을 오가며 서빙하는 사람들이 설거지할 그릇을 설거지통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그 사람은 내게 전달해 준다. 그러면 나는 남은 음식물을 개수대에 버린 후 대충 씻어 옆에서 설거지하는 사람에게 건네주고 개수대에 쌓이는 음식물찌꺼기를 짜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또 사람들이 식탁 닦은 행주를 가져다 놓으면 깨끗이 빨아서 다시 개수대 위쪽에 차곡차곡 놓아두는 일을 한다. 개수대 옆의 공간이 작기 때문에 그릇이 두세 개 정도만 돼도 쌓을 곳이 없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옆에서 2차, 3차 설거지를 하던 조금 여유로운 사람들 눈에 정체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내 옆에서 그릇을 건네주던 사람에게 설거지한 그릇을 배식대 쪽으로 갖다 주라 거나 배식대 쪽에 있는 국그릇을 식탁에 갖다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옆에 있던 사람이 그쪽으로 가게 되면 그 사이 빈 그릇을 가져오는 사람이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까 직접 내 자리로 오게 된다. 그 사람들은 빈 그릇 두는 장소와 순서를 모르기에 기둥 반대쪽으로 주고 나는 불편하게 기둥 옆으로 손을 뻗어서 그걸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일이 지체되기 시작한다. 게다가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오가다 보면 식사 후 일어나는 연로하신 분들과 부딪힐 수도 있어 몹시 긴장된다.


2시간 남짓 동안 최소 250여 명이 식사를 하는 상황은 전쟁 같다. 정확하게 자신의 일만 처리하면 간혹 작은 지체가 생겨도 잠시 후에는 다시 진행이 매끈해지면서 큰 차질이 없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만 정확하게 하면 모든 일이 쉽고 편한데, 사람들은 자기 일 외에 다른 일까지 하려고 욕심을 부린다. 그런 욕심이 결국 일을 망치는 이유가 된다.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하면 된다. 그게 그들의 존재 이유다. 정치가는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정치만 잘하면 된다. 선생님은 학생을 잘 가르치면 된다. 그렇다면 부모, 특히 엄마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집에서는 부모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사랑받을 틈이 없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고 집에 오면 학습지 선생님한테 끝없이 배우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뒤쳐질까 두려워서 늘 새로운 학습상황으로 아이들을 몰아세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온통 가르치는 사람만 있다면 아이들은 어디에서 사랑받고 어디에서 편하게 쉴 수 있을까!

직장인인 당신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 또 다른 곳에서 시간제 일을 한 후, 돌아와서는 끝없는 집안일과 육아에 휘둘린다고 생각해 보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밤늦도록 끝없이 일만 해야 한다면, 당신의 삶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을까?

아침부터 멍한 얼굴로 계속 하품을 하는 아이들에게 전날 밤에 몇 시에 잤느냐고 물으면 10시 이전에 자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왜 그렇게 늦게 자느냐고 하면 학원 숙제랑 학원 시험공부를 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틈이 없는 사회!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잔뜩 지친 모습으로 다시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이미 오래전에 학교를 졸업했다는 그 사실이 꿈만 같고 눈물 나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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