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 CCTV가 있다면

부모가 모르는 교실 속 우리 아이

by 원쌤

내 아이는 교실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진혁이(가명)는 3학년 남자아이다. 미술시간에 검정 색종이를 길게 두 줄로 오려 붙이고 그 위에 작은 색종이로 촘촘하게 기찻길을 만들던 진혁이는 중간에 또 책에 빠졌다. 완성된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에 “진혁아, 이거 먼저 다 하고 책 읽어야지.”라고 하면 “잠깐만요, 이것만 읽고요.”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진혁이의 완성품을 본 적이 없다. 결국 완성되지 못한 작품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졌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가득하지만 중간에 책에 빠지느라 작품은 언제나 시작만 한 상태에서 끝난다.

자기주장도 무척 강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말이 있으면 시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끝까지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책상 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날 배운 교과서나 공책이 아무렇게나 잔뜩 쌓여서 빈 공간이 없다. 미술수업이 끝나면 교실바닥까지 색종이나 도화지가 가득하다. 매 수업시간마다 책에 푹 빠져서 정신없이 읽느라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한다. 이런 일들 때문에 모둠 활동을 할 때면 늘 아이들의 불평이나 불만이 가득하다. 남들 다 준비하고 나가야 하는 체육시간이나 급식시간에는 친구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읽어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하루는 퇴근하려고 문을 잠그는데, 복도 끝에서부터 진혁이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문 열어주세요.”

“뭐 두고 갔니?”

“짝 이름 알아야 돼요”

“왜?”

“아빠가 알아오라고 했어요.”

“지금 친구도 갔고, 문도 잠갔으니까 내일 물어봐.”

“안 돼요 으흐흐으. 아빠가 꼭 알아오라고 했어요.”

울음 섞인 목소리로 고집을 부렸다.

문을 열어주니 짝의 책상 서랍에서 책을 꺼내어 이름을 확인하고는 밝은 표정으로 문을 나섰다. 그때가 3월 말이었는데 한 달이 다 되도록 짝의 이름을 알지 못한 것이었다.

3학년 답지 않은 고급 어휘와 풍부한 과학상식을 이야기하는 진혁이를 보면서 독서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진혁이의 세상 속에는 사람은 없고 글만 존재했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고 따르는 일, 타인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지 못하는 진혁이는 교실 속 섬과 같은 존재였다.

또 다른 3학년 남자아이를 학습상담(학습,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방과 후에 주 2회씩 상담하는 일)하면서 겪은 일이다. 아이는 상담실에 들어설 때마다 늘 배가 아프다고 했다. 보건실에 다녀오라고 하면 화장실에 가면 된다고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침을 굶고 오기 때문에 급식을 보통 두세 번 받아서 먹는다고 했다. 부모님이 이혼한 후 엄마는 다른 동네로 이사 가고 아빠랑 형이랑 사는데, 바쁜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형이 혼자만 짜장면을 끓여 먹는다고 했다.

“너도 달라고 하지 그래?”

“형이 욕하고 때려서 안 돼요.”


그 아이를 2년 후 시간강사를 하면서 다시 만났다. 3 개월 동안 1주일에 두 번씩 만나 두 시간 동안 학습상담을 했는데도,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5학년이 되어서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졌으나 얼굴은 인형처럼 무표정했다. 수업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멍한 얼굴로 말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정신없이 떠들고 장난치며 웃는데, 일주일 동안 수업하면서 그 아이한테서는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엄마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걸까? 3학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이야기만 했었는데. 3학년이면 10살이다. 세상살이를 미처 시작하기도 전에 자기를 감싸던 아늑한 우주가 사라져 버린 허허벌판에 서서 속울음을 울던 그 아이가 가끔 생각난다.

부모들이 만약 교실에서의 자기 아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중하고 귀한 내 아이의 넋이 나간 듯 멍한 모습, 또래들과 상호작용하지 못하고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지내는 내 아이의 모습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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