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 시간표를 존중하는 현명한 부모
모든 아이는 자신이 준비되었을 때 행동한다.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말하고, 걸을 준비가 되었을 때 걷는다. 아기에게 걸음마를 시키기에 적당한 때는 언제인가? 아기가 걷기 시작할 때이다. 아기는 언제부터 이로 음식을 배어 먹을 수 있나? 그러기 시작할 때부터다. 아기는 하루에 몇 시간 자야 하나? 아기가 자고 싶은 만큼이다. 전혀 졸리지 않은 아이를 강제로 자게 하는 것, 또는 잘 자고 있는 아이를 억지로 깨우는 것은 무지한 행동이다. 아이가 몇 시간이나 자야 되는지를 알기는 쉽다. 아이가 깨지 않고 몇 시간을 자는지 보면 된다. 아이는 평소보다 많이 잘 때도 있고, 피곤하기는 하지만 졸리지는 않아서 깬 채로 그냥 누워있고 싶어 할 때도 있다.
한 30대 전문직 부부의 돌쟁이 딸은 단 한 번도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수시로 울었고 얼굴에는 늘 짜증이 가득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부부에게는 아기가 잠을 자야 하는 시간과 놀아야 하는 시간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다. 아이는 자기가 잠을 자고 싶은 시간이 아니라 자기 부모의 계획표에 쓰인 시간에 잠을 자야 했다. 그리고 아무리 곤히 자고 있다가도 자기 부모들이 정해놓은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억지로 일어난 아이는 한동안 울고 그 부부는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을 쏟으면서 아이가 유난히 예민하고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자기만의 성장시간표가 있다. 육아서적이나, 다른 부모들의 양육경험은 참고만 할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내 아이를 24시간 지켜본 내가 이 세상 최고의 양육자다.
사람들은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부모들은 100미터 단거리 선수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다.
마라톤선수가 100미터 단거리 선수처럼 달린다면 초반에는 남보다 앞서나가겠지만 완주는 불가능하다.
아이가 남보다 빨리 뒤집고, 빨리 앉고, 빨리 걷고, 빨리 말하는 것에 목숨 거는 부모들은 그런 비교가 나와 아이를 불행하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옆집 아이가 몇 개월에 말을 했는지, 언제 앉고 기었는지, 이유식은 언제 시작했는지, 대소변을 가린 시기는 언제였는지는 내 아이의 긴 인생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부모가 남과 비교하면서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 각자의 성장 시간표를 존중한다면 아이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행복한 어른이 된다. 그리고 부모는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자녀 키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조각가나 화가들은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몇 달, 혹은 몇 년을 매달린다.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을 예상하지만 정확한 기한을 정해 놓지는 않는다. 재료의 특성이나 만들고자 하는 형태에 따라 작업기간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는 재료나 작품 특성에 따라 작업 진행 속도를 달리 하는 예술가들처럼 아이를 키워야 한다. 늘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아이마다 각자 다른 특성과 성장 속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양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