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요즘엔 항공권이 정말 싸다. KTX를 타는 것보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게 더 저렴하기도 하다. 이번에도 특가 할인 표가 나왔길래 서울에 올라오는 여정은 기차 대신 비행기를 택했다.
부웅-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오른다. 하늘에 올라가 보는 풍경은 언제나 경이롭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공항, 도로, 그 위의 자동차, 산, 강, 모두가 점점 작아진다. 커다란 건물들이 작은 레고처럼 느껴진다. 아래서는 거대하게만 보였던 모든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작고,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비행기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문득 한 시조가 생각났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양사언
그렇다. 제 아무리 높은 산이래봤자 하늘에 닿은 산은 없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아주 작은 여러 산들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너무 높은 산이라 오를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문제에 사로잡힐 때면, 내 시선은 늘 산 아래에 머무른다. 그 거대함에 압도된 채 발을 내딛기가 두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면 별 거 아니었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운전대를 오랜만에 잡았을 때 그랬다. 시동을 켜고 주행을 시작하는데, 분명 소형차인데 앞 범퍼가 참 크게 느껴졌다. 닿을까봐 노심초사, 도로에 나가는 게 무서워 아파트 주차장만 몇 번을 돌았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운전을 마치고 내려서 차를 보는데, 밖에서 보니 차가 생각보다 작다. 이 작은 차를 가지고 그렇게 벌벌 떨었다니, 싶다. 시선을 차 안에서 차 밖으로 옮겼을 뿐인데 말이다. 그러고나니 왠지 대담해져서 운전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시선을 아래에서 위로 옮겨야겠다. 지금은 왠지 두려워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그 일들에 대한 시선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왜 진작 안 했나 싶을 정도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테면 소설을 완성하여 문학상에 출품하는 거라든지, 브런치 글들을 모아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거라든지 하는 일들 말이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그러니 다시 한번, 걱정보다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