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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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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앙다 Nov 20. 2021

반찬통을 사지 않았던 이유

 남은 반찬을 담으려고 반찬통을 찾았다. 크고 작은 반찬통이 많아, 적당한 걸로 하나 꺼내 반찬을 담았다. 내친 김에 반찬통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난 반찬통을 산 적이 없는데 이 많은 반찬통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


 첫 번째 반찬통은 결혼할 때 시어머님이 주신 것들이었다. 당장 필요할 거라며 반찬통 세트를 주셨더랬다. 그 뒤로도 시어머니께 반찬통을 몇 개 더 받았다. 주로 시댁에 갈 때 반찬을 싸주신 것들이었다. 내가 명란젓을 좋아한다는 걸 아시고는 종종 명란젓을 담아주시고는 했다. 비싸서 자주 먹지 못 하는 명란젓을, 시부모님 덕분에 많이도 먹었다.


 친정엄마는 손이 커서 무슨 음식을 만들던지 늘 잔뜩이었다. 반찬을 싸줄 때도, 먹을 사람은 나랑 남편 둘 밖에 없는데 마치 대가족이 몇 달 동안 먹을 양식을 싸주듯이 큰 반찬통에 잔뜩 담아주시곤 했다. 다 못 먹어, 정말로 다 못 먹어서 조금은 버렸어, 라고 미안한 얘길 한 뒤로는 작은 반찬통에 조금씩 담아주신다. 딱 맛있게 먹을 만큼.


 그러니까 집에 쌓여 있는  반찬통들은 엄마들의 사랑의 흔적이다. 생각해보면, 누가 나한테 이렇게 매번 반찬을 자주 싸준단 말인가. 부모님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나의 애틋한 엄마, 아빠. 그런데 나는  가끔 당신이 미울까. 너무나 사랑받고, 너무나 사랑하는데도, 가끔은... 아빠, 엄마가 밉다. 미안해,  고마우면서도, 고마움보다는 서운함이 앞서는 딸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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