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마주하는 자세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 김범수가 나왔다. 그가 이런 고백을 했다. ‘보고싶다’라는 이 명곡, 이 노래가 한 때는 싫었다고 말이다. 그 노래에만 갇혀있는 것 같아서 원곡을 뛰어넘으려고 정말 노력했고, 이 노래를 갖가지 버전으로 바꾸어 불러도 봤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제일 좋은 건 결국 오리지널 버전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더라.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걸 나만 싫어할 이유가 있나?’ 그렇게 생각을 바꿔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는, 그런 고백.
참, 공감되었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그 문제, 도무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이 상황이, 어쩌면 내 생각만 바꾸면 쉽게 해결되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 그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을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마음을 바꾼다는 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요즘 출근하기가 정말 싫었다. 이사 온 뒤로 출퇴근 길이 멀어져 너무 힘들었고, 일도 잘 진행되지 않고.. 이렇게 해서 정말 내가 전문가가 될 수 있는건지 의심스러웠다. 이직을 해야 하나, 업을 바꿔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일과 직장에 대한 고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이전 직장에서도 비슷하지만 다른 고민을 했던 것 같은데, 데자뷰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전 직장에서 '여기가 최선인가'하는 고민 끝에 이직을 했고, 그 해결책으로 지금의 직장에 왔다. 그런데 다른 듯 비슷한 고민을 이곳에서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바꿔 문제를 해결해도 불안은 다시 생겨난다. 그래, 감히 확신하건대, 불안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주변 환경과 상황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 불안이 이미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어쩌면 불안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다. 끊임없이 위험인자를 제거해가면서 나와 가족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본능.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의식과 그렇기에 끊임없이 진보해야 한다는 의식.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도, 난 또 다시 문제를 만날 수밖에 없다. 내 불안이 주변 상황을 문제로 인식할 것이니까. 그러니 상황이 아니라 마음을 바꾸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아,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워야 말이지. 이건 뭐, 주변 친구들은 다 그 남자랑 헤어지라고 하는데, 나만 그게 안 되는 그 상황과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남이 보기엔 정말 쉽지만, 내가 하기엔 제일 어려운 일. 내 마음을 바꾸는 일.
이렇게 평생 내 불안과 동행해야 하는 거라면, 그냥 친구처럼 받아들이는 게 나을 것 같다. 왔구나, 또 왔어. 반갑다 친구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다 보면 지나가겠지. 그러다 보면 한 번쯤은 생각이 바뀌기도 하겠지. 그렇게 오늘도 오늘의 불안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