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굳이 힘들게 뛸까?' 그저 뛰는 게 다 인 달리기. 축구는 힘들지만 재밌기라도 하지. 공도 없이 그저 달리면서 헉헉 대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 것이며,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뛰어보니 알겠더라. 달리면서 쿵쿵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고, 살아 있음을 명징하게 느끼는 쾌감을. 끈적이는 땀이 바람에 실려 날아갈 때 몸과 마음이 순환되는 그 청량함을.
걷기와 달리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걸을 땐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지만 뛸 때는 달랐다. 이내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로지 뛰고 있는 나, 살아 숨 쉬고 있는 자, 팔과 다리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나 - 로만 존재했다. 달리기를 할 때 나는 몰입했고, 잠시 무아지경의 차원에 있다가 왔다.
아침에 30분이라도 달리면, '오늘도 까짓 거 해보자'라는 깡이 생겼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달릴 때, 나는 그저 숨을 헐떡이는 '작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오히려 기묘한 평안함을 주었다. 이렇게 달리는 나로 잠시 다른 차원에 있다가, 출근을 하면 왠지 하루를 두 번 사는 느낌도 들었다. 기분 좋은 피곤함이 여유를 만들어줬다.
내일도 달리려고, 오늘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 달리는 상상을 하면 잠이 더 잘 오기도 한다. 물론 피로가 누적된 어느 날은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어쩔 수 없다. 퇴근하고 온 힘을 다해 일찍 자서 다시 다음날 뛰려 한다.
달리는 시간이 하루하루의 구심점이 되어 나를 지탱해 준다. 숨을 헉헉 댄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뜀박질을 하면서, '살아있는 나'라는 존재의 확인이 하루를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