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자료를 정리하며

by 김이안


만 4년의 기간이 끝나고 이제 다음 주면 근무지를 떠난다.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늘은 정리를 끝내놔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으니까.


여기서도 분명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상처도 받고, 답답하기도 했고 '못 해 먹겠네 이거' 하고 분을 삭인 적도 있었지. 짜증 나고,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이게 그렇게 혼날 일인가 싶기도 한 적도. 그런데 마지막이 되어가니 그런 기억들도 점점 무덤덤해지고 희미해진다.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들도, 소소한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던 시간들도 이렇게 흘러간다. 이제 새로운 곳에 가서, 긴장하며 적응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이곳에서의 기억들은 마음속 더 깊은 가장자리로 밀려나겠지. 그렇게 잊혀질 것이다.


늦은 밤, 상념에 젖어 기억과 기억 사이를 유영한다. 꽤 오랜 시간 익숙하게 있던 곳을 떠난다는 것. 사람들과 이별한다는 것. 그러고 보면 삶은 이 사람, 저 사람,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가 또 헤어지는 것이구나. 이 장소, 저 장소 잠깐씩 머물다가 떠나는 것이구나. 결국, 남는 건 기억과 추억인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속 알료샤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들 하지만, 바로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겁니다.


인생에서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입니다. 심지어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속에 단 하나의 훌륭한 추억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덕분에 언젠가는 구원을 향해 활짝 더 다가가게 될 겁니다."


_<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 581p




결국 지금 이 시간, 누릴 것은 누리고, 새로운 추억을 또 만들기 위해. 사람은 추억을 땔감 삼아 마음에 온기를 지피며 살아간다. 이곳에서의 추억은 단절되어 딱 끊어지는 게 아닐 테다. 추억과 추억을 이어주는 서사라는 끈이 있어 인생의 에피소드들을 연결하고 또 연결해주겠지.


그러니, 너무 감상에 젖지 말고.

인수인계 자료 정리 작업

얼른, 마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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