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분석 마지막 3편 _ 알료샤, 조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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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분석 <알료샤> _ 표도르의 셋째 아들
사랑스러운 벗들이여, 삶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뭐든 참되고 좋은 일을 한다면, 삶이란 정말 좋은 것입니다! _ 3권 584p
"정말로, 진짜로 종교에서 말하듯, 우리 모두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되살아나 생명을 얻고 서로서로를, 모든 사람을 , 일류셰치카를 다시 보게 될까요?"
"꼭 되살아나서 꼭 다시 보게 될 것이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즐겁고 기쁘게 서로서로 얘기하게 될 겁니다." 반쯤은 웃고 반쯤은 환희에 젖어 알료샤가 대답했다. _ 3권 585p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하여 뭔가 훌륭한 추억, 특히 어린 시절 부모님 슬하에 있을 때 갖게 된 추억보다 더 숭고하고 강렬하고 건강하고 유익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들 하지만, 바로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야말로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겁니다.
인생에서 그런 추억들을 많이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입니다. 심지어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속에 단 하나의 훌륭한 추억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덕분에 언젠가는 구원을 향해 활짝 더 다가가게 될 겁니다. _ 3권 581p
가장 변화가 없고 평면적인 캐릭터.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가 추구하는 인간상이기도 하다. 자기와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적의 없이 대하고, 사람을 뭔가 모르게 기분 좋게 해주는, 그런 사랑스러움이 있는 사람. 그래서 그류셴카도 알료샤의 동료 수도승 라키친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라키친, 너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사랑하도록 좀 해 봐, 여기 알료샤처럼 말이야. _ 2권 157p
알료샤에게는 뭔가 사람을 무력화시키는 애정 포인트가 있었나 보다. 사실 이 라키친도 어지간히 알료샤 옆에서 속을 긁어대고 잔머리를 굴리며 알료샤를 괴롭히려 하지만 알료샤에게는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다.
알료샤는 확실히 조시마 장로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자기 삶을 사랑하라고. 선한 일을 하며 보람과 소소한 기쁨 속에 두려움 없이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알료샤가 이렇게 구김 없는 온화하고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자라난 것은, 불우한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자녀교육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자녀가 고등학교 때 영국의 유명한 대학에 입학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거절했다고. 자녀가 부모와 함께 있는 기간은 인생에 있어 얼마 안 되는 짧고 소중한 시간이기에, 그 시간 동안 부모 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추억의 시간을 만드는 게 인생 전체를 볼 때 훨씬 유익하다고 얘기하셨다.
그때는 뭐, 그렇게까지 하시나 싶었는데 아마 그분도 본인의 경험과 알료샤라는 캐릭터에서 그런 결론을 내리신 게 아닐까 싶다.
확실히 유년 시절의 행복한 추억은 마음에 깊이 각인되는 듯하다. 그래서 알료샤는 그 추억만큼 강렬하고 숭고하고 유익한 것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인생에 어두운 시기가 찾아올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 희미한 빛으로 남아 마음이 캄캄한 어둠에 잠식되지 않게 버텨준다.
첫째가 어느덧 열 살. 이제 부모 품을 떠나기까지 고작 십 년이 남았다. 여기에 이젠 친구와 어울리는 시간이 더 늘어날 테니 실질적으로 남은 시간은 이보다 더 적겠지.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그러니 내 품을 떠나기 전에 조금 더 안아주고, 함께 소소한 추억들을 남겨 가야겠다. 아이뿐 아니라 나에게도 이 기억이 평생 간직하고 되새김질할 삶의 연료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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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분석 <조시마> _ 수도원의 장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이 말씀을 기억해라 알렉세이. _ 2권 16p
그대가 그 누구의 심판자도 될 수 없음을 특별히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는 심판자 자신이 자기 앞에 서 있는 자와 마찬가지로 죄인이기 때문이다. 2권 91p
"너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단다. 너는 이 담벼락을 나가더라도 속세에서도 수도승처럼 살 거야. 적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너의 그 적들마저도 너를 사랑할 것이다.
살다 보면 불행한 일도 많이 겪게 되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너는 또 행복해지기도 할 것이니, 삶을 축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자신의 삶을 축복할 수 있도록 해 주어라." 2권 16p
조시마 장로는 명랑하다. 나이가 들어도 어떤 특정한 고정관념 없이, 유연하고 생동감 있다. 나도 이런 어른, 이런 노인이 되고 싶다. 조시마 장로 역시 혈기왕성한 청년이었고, 결투를 마다 하지 않는 열혈 인간이었으나, 어느 순간 자기가 그 누구를 판단하거나 정죄할 자격이 없음을 깨닫는다.
조시마 장로가 알료샤를 특별히 애정하는 이유는, 젊은 날의 자신과 알료샤가 유독 많이 닮아 있어서다. 그래서 알료샤를 축복하면서 이제 수도원의 담벼락을 나가, 세상에서 한 알의 밀알로 살아가라고 얘기한다. 어느 조직이나 공동체든 한 사람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그 집단을 굴러가게 하는 법이다.
너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축복하라고 조시마 장로는 당부한다. 삶의 모든 희로애락은 과정이기에, 불행이 곧 행복으로 이어지고, 행복하다가도 예상치 못한 불행이 닥쳐오기에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애정하라는 것이다. 나 스스로의 삶을 축복하고, 다른 사람도 그들의 인생을 축복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것. 어쩌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조시마 장로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전하고픈 얘기가 아닐까.
나의 벗들이여, 하느님에게서 즐거움을 구하라. 어린아이들처럼, 하늘의 새처럼 즐거워하라. 2권 90p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조시마 장로가 말한다. 하나님에게서 즐거움을 구하라고. 어린아이들처럼, 하늘의 새처럼, 단순하고 즐겁게 살라고. 때론 눈물을 흘리더라도, 어느 순간 밝은 햇살이 우리를 비출 터이니, 일어나 명랑하고 가볍게 살아보자고.
결국 카라마조프가의 막장드라마는 어떤 경쾌하고 깔끔한 결론에 다다르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소용돌이 속에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이 진솔하게 드러나고 모종의 변화가 일어난다. 조시마 장로가 뜬금없이 드미트리에게 큰 절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고, 팜므파탈로 여러 남자를 홀리는 듯 보였던 그루셴카는 순수하고 꾸밈없는 영혼의 소유자였다.
도무지 적응 안 되는 러시아식 이름의 다양한 변주와, 지나치게 늘어지는 심리묘사에 허벅지를 꼬집으며 읽은 적이 많았지만, 그래도 읽은 보람이 있었던 책. 이 속에 펼쳐지는 섬뜩하게 적나라한 내면 묘사를 보노라면, 아 내 안에도 저런 면이 있지, 하고 인정하게 되는 책. 일상이 고단할 때, 혹은 밤에 잠이 안 올 때, 수면제로도 적당하다. 날씨가 좋은 날보다는 흐릿하고 꾸물꾸물하고 비바람이 몰아칠 때 카페 구석에 틀어박혀 읽기에 좀 더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