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_ 드미트리, 카체리나, 그루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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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분석 <드미트리> _ 표도르의 첫째 아들
여러분, 우리는 모두 잔인합니다. 우리는 모두 불한당들입니다. 이젠 이런 결론이 나도 상관없지만 모든 이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야비한 독사입니다! _ 2권 474p
"하느님과 그 최후의 심판에 맹세하건대, 아버지의 피에 관한 한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카챠, 당신을 용서한다! 형제들, 친구들이여, 또 다른 여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_ 3권 540p
"왜 끝장났냐고? 음! 본질적으로..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보자면 하느님이 가엾어." _ 3권 177p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막장 드라마 전개에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 드미트리 군. 이 친구도 아버지 못지않게 참 답 없다 생각되는 캐릭터인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가 내뱉는 말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하나님이 가엾다니. 이 사람 생각하는 시야가 다르구나. 그래 하나님이 때론 가여우신 것 같기도 하다. 도무지 구제불능 같은 인간들의 행태를 보며 얼마나 골치를 썩고 스트레스를 받으실까. 드미트리의 이 대사가 나에게는 어퍼컷이었고,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도 도찐개찐? 도긴개긴? 그래 내가 드미트리보다 나을 게 뭐가 있겠나 하나님 앞에. 나도 잔인하고 불한당이며 개차반이다. 그럼에도 나를 견뎌주고 인내해 준 이들 덕분에 지금 조금이나마 사람 구실을 하게 됐다고 믿는다. 물론 나를 향한 하나님의 무한한 인내와 은혜가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신앙의 시작은 내가 이 세상 모든 이들 가운데 가장 야비한 독사라는 걸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가망 없는 나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셨고, 손 잡아 주셨기에 내게 희망이 생긴 거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생긴 것.
날마다, 드미트리처럼 솔직해지자고 다짐해 본다. 그래야 나의 한계가 보이고, 겸손해지고, 희미해졌던 감사의 감각이 회복되니까.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배반했던 카체리나를 끝내 용서한다는 저 마음을 보라.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용서인데. 드미트리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당신은 망나니가 아니라 본보기임을 인정!
6
캐릭터 분석 <카체리나> _ 드리트리의 약혼자
그녀는 미챠를 배반했지만, 자기 자신도 배반했다. 물론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나자 곧 긴장이 탁 풀리면서 수치심이 그녀를 압박해 왔다. 또다시 히스테리가 시작되었고 그녀는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_ 3권 405p
카체리나를 미워할 수 없는 게 인간이란 본디 위선과 어느 정도 자기 잘난 맛으로 사는 존재이니까. 그런 카체리나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고, 미챠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한다. 자기 스스로에게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나 끝까지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것보다 이렇게 자기 안의 위선과 거짓을 직시하고 괴로워하는 게 백배 천배 더 낫다. 자기를 속이는 자에게 변화와 성화의 문은 닫혀있지만, 자신에게 솔직한 자에겐 언제나 가능성이 열려있으니까. 진실하고, 보다 자유로운 존재로 나아갈 가능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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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분석 <그루셴카> _ 두 남자의 마음을 채간 인기녀
"나를 용서해 주세요!"
그루셴카는 그녀(카체리나)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그 순간을 감내하더니, 증오에 가득 찬, 독기 어리고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봐, 당신도, 나도 못된 년이야! 둘 다 못된 것들이라고! 그런데 당신이나 나나 어디서 누가 누굴 용서한다는 거야? 차라리 이 사람을 구해줘, 그러면 난 평생토록 당신을 위해 기도할 테니까." _ 3권 565p
"모든 게 다 제 잘못이에요. 저는 양쪽을 다 - 그러니까 노인도, 저 사람도 - 다 놀려 먹었고 그러다가 그들 두 사람을 다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일이 저 때문이에요. _ 3권 384p
그러고 보니 미챠, 카체리나, 그루셴카까지. 사건이 이 지경으로 온 게 다 자기 잘못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남이 아니라 자기 탓이라고 하는 이 자세들. 이게 진짜 성숙한 사람 아닌가. 좋은 어른이 아닌가. 책임을 자기가 지고 가는.
당신도 나도 못된 년이라고. 둘 다 못되기 그지없는 것들이라고 말하는 저 당당함과 솔직함이란. 그래서 알료샤도 막상 그녀를 직접 만나 대화하고 나서는 그루셴카의 순수하고 솔직한 면에 놀랐겠지.
사실 이 막장 드라마의 지분에는 그루셴카의 지분 역시 크다고 할 수 있다. 확실히 마음 표현을 안 하고 두 남자를 애타게 만들었으니까. 네가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하고 조금 더 일찍 결정했더라면 이런 사달까지 나진 않았겠지. 하지만 이건 결과론적인 얘기고, 그루셴카 본인이 매력이 넘치는 걸 어떡하겠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인물 분석 두 번째의 결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남 탓하지 말고 문제의 원인은 내게 있다는, 성숙한 어른이 되자.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