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다음 보다, 축구감독 보단 낫잖아

by 김이안


폭풍 인수인계를 받은 후 멘붕이 왔다. 어쨌든 전임자가 팀을 맡은 후 업무 성과가 있었고 지난 3년간 꾸준한 성장이 있었다. 이제 바통을 내가 이어받은 건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두더지 머리처럼 올라오기 시작한다. 왜 그럴까? 왜 자신감이 줄어들고 불안감이 자리를 메우는 걸까?


일단 선배 전임자가 근무 기간 동안 확실히 체계를 잘 구축하고 리더십 있게 팀을 잘 이끌어 나갔다는 게 확인이 된다. 그러니 부담이 되는 것이겠지. '아, 내가 이어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분위기와 결과들이 점점 안 좋아지는 팀을 맡는 것보다는 확실히 잘 되고 있는 팀을 맞는 게 더 부담스럽다.


최근 박보검의 칸타빌레의 뒤를 이어 새롭게 MC를 맡은 가수 십센치(10cm)의 마음이 더욱 이해가 간다. 박보검이 맡았을 때 화제성도 높았었고 애청자들을 많이 확보하며 '인류 복지 프로그램'이라 불리기도 했다는데. 어우, 그래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마음을 가다듬고 멘탈 관리를 해본다.


그런데 확실한 건 선배 전임자의 스타일과 내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선배는 이건 꼭 해야 한다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은 행동을 한 팀원들에게는 확실하게 지적을 하고 바로잡기도 했다. 이런 건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일하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다 보니 나 스스로 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나고, 전임자는 전임자고. 머리로는 알지만, 왜 자꾸 주눅이 들고 움츠러드는 걸까. 또한 하루에 인수인계를 몰아서 받다 보니, 이해 과부하가 걸린 탓도 있을 것이다. 며칠에 걸쳐 차근차근 설명을 들을 걸 한꺼번에 많은 양을 듣고 이해하려니 분명 더 막막하고, 일이 커 보이고 부담이 됐겠지.


이런 때 나는 축구 감독을 떠올려본다. 물론 모든 일이 다 어렵고 힘든 점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극악 난이도의 직업이라 생각하는 프로 축구팀 감독.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성과가 혹은 결과가 3-4일 간격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승 or 무 or 패.


2. 자존심 센 선수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3. 선수가 태업을 하면 그게 곧바로 팀 분위기와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4. 살벌한 경쟁의 세계다. 이기기 위해 경기마다 상대를 분석하고 공부해야 하며 선수들에게 전술을 가르쳐야 한다.



감독들의 평균 재임기간을 보자.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1부 리그 감독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31년(16개월) 정도이다. 1년 만에 잘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K리그도 비슷하다. 2024년 기준으로 19개월, 즉 1년 7개월 정도 된다. 정말이지 냉혹하고 가차없은 승부의 세계다. 물론 감독 연봉이 높기는 하지만, 정말 이렇게 시즌 중에 3-4일마다 승, 무, 패로 평가받는 건 나는 못할 듯하다.


출처 : SBS


최근엔 34경기에서 25승 4무 5패를 한 레알마드리드 감독이 경질된 걸 보고 경악했다. 아니, 대체 얼마나 더 잘해야 하는 거야? 주된 이유는 선수단 장악에 실패해서 란다. 그래서 7개월 만에 경질. 아우, 나는 스트레스로 수명이 반토막 날 거 같아. 모한다 모해.


그래, '축구 감독보다는 낫잖아'라고 스스로 주문을 건다. 전임자가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박보검처럼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복지가 되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내가 그냥 맡아서 적응하면서 하나하나 내 스타일대로 해가면 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지난 3일간의 부담 먹구름이 조금은 걷히는 듯. 좋아. 훌륭한 비교군이었다.


박보검 다음 보다는 낫잖아?!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