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도 모든걸 알고있다
둘째의 태명은 '순동이'였다. 아이를 처음 갖는 부모들은 태명 짓는데만도 몇날 며칠을 고민하지만 우리 둘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순동이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첫째 남다뽕이 역대급으로 유별난 아이였기에 둘째는 그저 순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무엇보다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남다뽕의 흑역사를 나열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란다. 신생아 때부터 방긋방긋 잘 웃는 아이로 유명했지만 그만큼 많이 우는 아이이기도 했고, 백일의 기적은커녕 돌이 넘어서까지 통잠을 단 한번도 안자는 아이였을 뿐더러 7개월이 지나서는 지 승질을 지가 못이겨 울면서 숨을 안쉬어서 수초간 기절하는 '호흡정지 분노발작'이라는 증상을 보이는 어마어마한 애였다. 다른건 다 떠나서 매일 밤 4시간 이상을 제대로 못자는 삶이 이어지면서 1년여의 육아휴직이 끝날 때쯤 난 거의 반 미치광이가 돼있었다.
남다뽕의 모든 증상은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한결 나아졌다. 본인이 원하는걸 말로 표현할 줄 아니 타협과 절제하는 법을 배워 나갔고 나역시 아이와 대화가 통하니 살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난 육아의 시작은 서로간 대화가 가능해지는 시점부터라고 믿었다. 그 전까지는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차라리 아기을 키워주는 인공지능(AI)이 생기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했다. 알파고처럼 AI가 때되면 분유먹이고 트림시키고 그 다음엔 타이니모빌을 틀어주고 애가 울면 백색소음을 들려준 후 재우는것만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 그 사이 엄마는 쉬거나 잘 수 있으니 육아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건 자명하다.
그러나 조리원에 들어온지 단 일주일만에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순동이는 나의 바람대로 순하기 그지없는 아이였다(아직까지는). 뭔가 수가 틀려서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면 열에 아홉은 울음이 터졌던 남다뽕과는 달리 순동이는 표정이 일그러졌다가도 스스로 이내 평온을 되찾고 잠이 들었다. 아니 이런 아그가 정말 있다니!!!!올레!!!!!
그러다보니 나는 자꾸 애를 눕혀놓고 핸드폰을 하거나 티비를 보는 등 딴짓을 하게 됐다. 나와 눈을 맞추지 않고 자극에 별로 노출되지 않은 순동이는 다뿡이와는 달리 늘 무표정이거나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을 때가 많았다. 나는 원래 이런 기질을 가진 애겠거니 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베이비마사지 교육을 받고 순동이에게 실습을 하려고 아이의 눈을 맞추고 살살 마사지를 해주는데 순동이가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한 눈과 표정을 짓고 있는게 아닌가...하루에 한 번 웃는 모습을 보일까 말까 하던 애가 내 손길이 닿으니 아주 편안한 표정을 하고 중간중간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태어난지 이제 갓 일주일이 넘은 이 아이도 누군가의 손길과 관심에 목말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남다뽕이 지나치리만큼 다양한 표정과 표현력을 지닌건 신생아때부터 애를 붙잡고 끝없이 수다를 떨고 자극을 줬던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말이다.
작곡가이자 가수 이적씨의 엄마는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를 보내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나는 서울대보다도 그가 어느 방송인가에 나와서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과 저는 함께 있을 때면 늘 한군데 이상은 스킨십을 했어요. 손을 잡든 발을 맞대고 있든 신체의 한 부분이 닿아 있었죠."
그렇다. 아이를 키우는 것의 기본이요 핵심은 다름 아닌 '교감'이다. 순하다고 방치하거나 로봇에게 맡겼다가는 몸은 클지 모르지만 정서의 발달은 없을 것이다. 이적이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리는 주옥같은 곡을 만들만한 감성을 가진 것도 알게 모르게 그 엄마와의 교감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우리 순동이가 그 누구보다 교감능력이 발달한 아이가 되서 나중에 지 와이프의 불평불만에도 누구보다 공감할 줄 아는 그런 멋쥔 남자가 되길 바래본다...후후....후후후후 부지런히 마사지를 해줘야지 후후 계속 순해라...순해라 ㅎㅎ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