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p33.
언제부터인지 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태도로 살게 된 것 같다. 한때는 반드시 내가 해야만 했거나, 내가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다른 사람이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제법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나에게는 이 세계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은 사람의 태도처럼 여겨진다.
p42.
사소한 게 사소한 게 아니라는 것은 사소한 부위를 아파보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p79.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비둘기를 싫어했던 진짜 이유는 그냥 '모두가 싫어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변 친구들을 따라 싫어함을 학습했던 것이다.
p81.
세상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남들은 안 되는 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p120.
'불쌍하다'라는 말은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을 향해 발음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속으로만 생각해야 하는 말이라고. 왜냐하면 그게 타인의 삶에 대한 예의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암묵의 룰을 어기는 행위처럼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p154.
기왕 달리기에 대해 말하게 되었으니 달리기와 인생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술을 하나만 더 말해보겠다. 그것은 옆에서 달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이것 역시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엄연한 기술이다. 제법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p155.
우리가 달리면서 마주하는 앞설 때의 우쭐함도, 뒤처질 때의 분함도 그저 그 순간이 잠깐 만들어내는 정확하지 않은 가짜 감정이다. (중략) 우리는 똑같이 달리는 중이지만 우리의 출발선상과 결승 지점은 제각각 다르다. 거기에서는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우월감이나 비참함은 불필요하며 오로지 자기 자신의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고 앞날을 슬기롭게 마주하기 위한 고민만 필요할 뿐이다.
p203.
매일 찾아올 것. 기왕이면 같은 시간에 올 것.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말 것. 처음에는 멀리서 지켜볼 것.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올 것.
p258.
내가 더 잘할게, 내가 더 열심히 해볼게,라는 말은 언제나 잘잘못과 무관하게 더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