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p31.
그때 나는 가로등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눈감아주기 위해 저기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적이란, 바로 그 눈감아주는 시간에 일어나는 일들 일지 모른다고.
p39.
태어나 처음 본 빛은 딱 창문 크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우리들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p39.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42.
나는 지금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나쁘면서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p47.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단단한 관계였다.
p82.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p103.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들은 반드시 할 말이 있는 것이다.
p262.
이것은 당신과 아무 상관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수만 가지 일들이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p278.
그것은 삶의 고통을 긍정하지 않겠다는 숨은 의지이며, 생명의 고양을 꿈꾸는 자기 자신을 위한 배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