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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저녁 Sep 30. 2020

신혼, 심장초음파를 찍은 이유

결혼은 희로애락이 짙어지는 일


남은 시간은 단 두 시간. 퇴근한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내게 허락된 자유 시간이다. 밥도 안쳐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야 하지만 일단 노트북부터 켜본다. 뭐라도 쓰지 않으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것 같기 때문이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다. 심장이 찌릿하고 두근거리는 통에 심장 초음파까지 찍어봤지만 이게 다 갑자기 불어난 몸무게 때문이라는 소리만 듣고 돌아왔다.


누군가 내게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 없이 결혼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는 남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찝찝하다. 마음 저 깊은 곳에 우두커니 숨은 무언가가 계속 날 찌른다. 대체 이놈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은 스스로 던진 물음표를 좇는 과정을 담았다. 택배 뜯다가 가출하고, 싱크대 앞에서 친정엄마가 떠올라 대성통곡했던 나날들. 어떤 날은 눈만 마주쳐도 좋은 남편이 왜 어떤 날은 김치 씹는 소리조차 싫은지. 깨소금 향기가 폴폴 나도 모자랄 신혼생활에 이따금 밥 타는 냄새 같은 순간이 들이닥칠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된 마음들을 고스란히 나눠보고자 한다.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가슴을 스치는 문장이 있다.     


“수정아, 결혼은 희로애락이 짙어지는 일이야.”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저녁 밥상을 치울 때, 심지어는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볼 때도 내 정수리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한마디. 신혼 선배인 친구 H가 건넨 편지 속 한 구절이다. 맞다. 기쁜데 슬프고, 부아가 치밀면서도 더없이 사랑스러운 게 신혼이다. 결혼 앞에서는 행복도 슬픔도 분노도 즐거움도 모두 곱절이 된다.


이 궤도를 알 수 없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우리 신혼인(이라고 대충 불러보자) 모두가 처음 겪는 일. 그래서 더 힘들다. 어쩌면 이 책의 끝엔 H의 명언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 이 아닌 만만치 않은 신혼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실마리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실마리를 향한 산뜻한 희망을 품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신혼인, 예비 신혼인, 혹은 신혼생활은 너무 까마득해 기억이 미화된 신혼 졸업자 모두가 이 책을 즐겨주길 바란다. 데이트가 지겨워진 커플. 옆에 있는 이와 결혼해도 괜찮을지 머뭇거리는 사람들. 혹은 결혼에 뜻은 없지만 모호한 관계 속에서 외로워하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위안이 되길 바라본다. 나 또한 한동안은 그랬기에. 누가 되었든, 문득 생각나 한 번씩 펼쳐보곤 담백한 위로와 여유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리고 이 힘겨운 과정을 거쳐 어른의 삶을 무려 40년 넘게 버텨오고 있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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