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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저녁 Sep 26. 2021

<오징어게임> 각자도생의 기쁨과 슬픔

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오징어게임>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은 인생이 과연 각자도생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기훈(이정재)과 상우(박해수)의 대비는 그래서 중요하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사이지만 기훈과 상우의 인생은 180도 다르다. 공고를 졸업해 공장에 취업했지만 그마저도 잘리고 도박 인생을 사는 기훈. 서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에 다니며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고객의 돈을 불법으로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상우. 얼핏 기훈은 실패한 인생, 상우는 성공한 인생 같아 보이지만 삶의 태도는 정반대다. 기훈은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한다. 가방끈은 짧지만, 무엇이 염치 있는 삶인지 그렇지 않은 삶인지를 안다. 남의 것을 거짓으로 빼앗아 내가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은 기훈의 선택지에는 없다. 상우는 그런 기훈을 보며 약지 못해 실패한 인생이라 말한다. 이러한 두 사람의 극명한 태도는 서바이벌 게임 안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를 보며 우리는 스스로 묻는다. 나는 기훈인지, 상우인지를. 무한 경쟁과 혐오가 극심해지고 바이러스로 고립된 삶을 사는 지금, ‘오징어게임’이 던진 메시지는 우리 스스로가 한 번쯤은 깊게 되돌아봐야 할 질문이다.


이러한 메시지와는 별개로 작품 자체 재미와 완성도는 기대치에 못 미친다. 앞서 언급한 ‘큐브’나 ‘헝거게임’, ‘배틀로얄’, ‘신이 말하는 대로’ 등 비슷한 다른 작품과의 유사성은 사실 서바이벌 살육 게임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오징어게임’을 채우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둘러싼 드라마가 진부했다. 주인공 기훈과 상우의 이야기는 작품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 외의 주변 인물 구축은 분명 아쉬웠다. 더 섬세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기능적으로 소모된 새터민, 외국인 노동자 캐릭터를 대중은 더는 그러려니 하며 넘기지 않는다. 특히나 한미녀(김주령)와 덕수(허성태) 스토리는 과연 최선이었는지 묻고 싶다. 정말 필요한 캐릭터였는지 묻고 싶다. 


사설이지만,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미쟝센은 9화 속 이정재의 헤어스타일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다른 그 어떤 복잡한 설정이나 세트보다도 바로 그 장면에서 ‘오징어게임’ 속편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저 범상치 않은(?) 머리를 한 기훈이라면 분명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예감. 1편보다 한발 더 나아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본능적인 기대감 말이다.



전문은 아이즈(ize)에서.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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