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ker Zolo Liberty' 완전 무선 이어폰 리뷰
Anker라는 이름, 낯이 익다. 튼튼한 케이블부터 멀티포트 충전기, 그리고 작고 가뿐한(소리는 짱짱했던)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여러 가지 모바일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는 그 브랜드다. 이번에는 완전 무선 이어폰을 만들었다. 이름은 졸로 리버티. 한글로 발음하니까 어쩐지 좀 찜찜한 관계로, 영어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Anker Zolo Liberty.
졸로 리… 아니 Zolo Liberty의 케이스는 살짝 크고 묵직하다. 자석으로 열고 닫혀 편하고, 이어폰도 자석으로 철썩 철썩 붙어 사용하기 좋다. 케이스의 배터리 잔량이 3개의 LED로 대략 표시되는 점도 마음에 든다. 케이스 배터리 상태를 알기 힘든 제품이 은근히 많아서.
이어버드는 평범하게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ZOLO”가 쓰여 있는 로고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상과 스포츠 활동용으로 타겟을 맞췄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스포티하고 단순하다. 그래도 저가형 제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던 허접한 인상은 느낄 수 없었다. 만져보면 꽤 단단한 만듦새가 잘 전달된다.
이어버드는 오른쪽이 마스터, 왼쪽이 슬레이브로, 오른쪽은 단독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통화를 할 때는 목소리가 오른쪽에서만 들리는데, 애초에 마이크가 오른쪽에만 탑재되어 있다. 통품은 다른 평범한 제품들과 다를 바 없이, 특별히 깨끗하진 않아도 무난한 수준이었다.
착용감은 매우 타이트하고 쫀쫀하다. 귓구멍부터 입구까지 가득 메우며 단단하게 고정된다. 손가락으로 잡아 빼는 것도 버거울 정도다. 흡사 자브라 엘리트 65t와 유사한 인상. 하지만 워낙 귀를 파고 들어 고정되기 때문인지 오랜 시간 음악을 들으니 살짝 귀가 얼얼해지는 느낌은 있었다.
탄탄한 고정력에는 이어가이드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마이크로 USB 케이블이 의외로 물건이다. 쫀쫀하고 컬러도 예쁘다. 튼튼한 케이블을 만들던 실력이 이렇게 또 드러난다.
이런 류의 이어폰들이 으레 그렇듯, 음색은 저음이 많이 강조된 타입이다. 야외에서도 충분히 음악의 비트를 잘 느낄 수 있게. 그럼에도 중고음역대가 묻히지 않고 적절히 살아 있다. 얇고 가벼운 그래핀 드라이버를 탑재한 덕분인지, 혹은 튜닝을 잘했기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음악 장르와 매칭이 좋다고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표현력이 준수하고, 저음이 알차게 울리며 고음까지 잘 살리면서 메마르지 않고 촉촉한 음색으로 음악 듣는 재미를 전해준다.
별도로 노이즈 캔슬링이나 히어스루와 같은 기능은 전혀 없지만 차음성은 매우 만족스러울 정도로 뛰어났다. 시끄러운 지하철 열차 안에서도 커다란 진동 소리를 잘 차단해준다. 귀를 잘 틀어막아주는 이어버드 디자인 구조 덕분이라 생각된다.
스마트폰과 한 번 페어링 해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케이스에서 이어폰을 꺼내는 순간 스마트폰에 착착 자동으로 연결되어 편리하다.
컨트롤도 간단하다. 한 번 눌러서 재생과 정지, 각 유닛별 더블 클릭 유지로 트랙 이동을 할 수 있다. 참고로 볼륨 조절은 되지 않는다. 켜고 끄는 건 별도로 조작할 필요 없이 케이스에 넣고 빼는 것으로 OK.
다만 스마트폰과의 싱크 딜레이가 약간 존재하는 편이다. 영상을 자주 감상하는 편이라면 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배터리는 스펙 표기 상으로 이어버드 단독 3.5시간인데, 체감적으로 이와 맞먹거나 더 오래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케이스 자체의 배터리 용량도 큰 편이라 러닝 타임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연결 안정성의 경우 조금은 아쉬웠다. 혼잡한 길거리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슬레이브 이어버드에서 출력되는 소리가 종종 튀는 현상이 발생한다. 완전 무선 이어폰의 종특이라 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이 녀석도 피하지는 못한 모습. 특정 상황만 제외한다면 그래도 연결이 안정적인 편이었다. 사무실이나 방 안에서 사용할 때, 동네의 한적한 산책로를 활보할 때와 같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음악 감상에 불편함이 없었다.
종합해보자면 Anker Zolo Liberty는 9만원대라는 가격에 전체적으로 꽤 괜찮은 만족도를 느끼게 하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다. 물론 살짝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더 저렴한 제품의 경우는 그 값어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할 때가 종종 있고, 이보다 비쌀 때는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녀석은 특출나진 않아도 기본에 꽤 충실하다는 인상을 준다. 가격과 완성도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완전 무선 이어폰이다.
생각보다 졸로 쓸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