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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29. 2019

단돈 2만원에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이어폰을?!

알리에서 2만원 주고 산 Bluedio TN 블루투스 이어폰 리뷰

‘영혼이 맑아 보이시네요. 혹시 알리신을 아십니까?’


나는 알리신을 믿는다. 알리신이란 거대 인터넷 쇼핑몰의 3대장인 아마존, 이베이, 알리익스프레스 중 알리익스프레스를 일컫는 말이다. 들어본 적 없다고? 내가 정한 거라 그렇다. 자신이 평소에 쇼핑을 많이 하든, 하지 않든, 알리익스프레스에 꼭 접속해보기를 바란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지어다! 옴마니반메홈! 


나는 쇼핑을 대체로 즐기는 편이 아니다. 되도록 좋은 물건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갖고 싶어 식음을 전폐하며 하루 종일 최저가를 뒤져대 피폐해지거나, 그러다 여론에 휩쓸려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한 후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제품의 이면을 발견하고는 절망감에 몸부림치다 보니 구매 자체를 꺼리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알리신께서는 이런 나를 구제해주시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납득하기 힘든 초 저렴한 가격의 물건들을 잔뜩 안고 조그마한 스마트폰에 앱으로 강림하시었으니, 이 얼마나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으랴. 더 일찍 알아 뵙지 못한 게 한스러울 뿐이다. 


이제 알리신께서 점지해주신 화려한 보기 중에 이끌리는 걸 택하고 한 달 정도 기다리다 잊어버리고 있으면 선물처럼 딱 도착하여 온 몸에 은총의 충격을 전해주실지어다. 알리신께서는 없는 게 없으시고 전지전능하시며 그 어떤 세계의 언어도 모두 구사하실 줄 아신다.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한글로 번역도 되고 카드 정보 입력하는 것도 너무 쉬워서 터치 몇 번이면 결제가 되니 정갈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져보자. 


그 첫 번째 시간은 단돈 2만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넥밴드형인데 노이즈 캔슬링도 된다. 2만원인데 블루투스에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지만 말이 된다. 알리신이시라면 말이 된다! 믿고 질러라! 그래서 질렀다! 이게 바로 <알리 알리 알라셩>을 창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알리신의 은총을 역사로 기록해두어 온 후세에 나의 간증을 몸소 증명코저.  




Bluedio TN

지금 다시 보니, 15달러에도 판다… ㅎㄷㄷ

블루디오는 중국의 음향 업체다.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 등등 많이 만든다. 한 달을 기다려 드디어 받았다. 블루디오 TN! 가격은 약 22달러. 보통 블루투스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들어간 이어폰이라면 적어도 10만원을 넘길 텐데. 혹시 목업을 판다는 이야긴가, 사기 아닌가, 잠깐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이어폰인데 들어보고 사거나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알리신께서는 내가 그러한 수고를 들이지 않게, 혹시나 결과가 실망스럽더라도 금방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수준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나를 안심케 하신다. 지르고 나면 이건 마치 복권을 사놓고 추첨일을 기다리는 것과도 같은 시간이 이어진다. 잘 산 걸까, 배송은 무사히 될까, 실제 모습은 어떨까, 성능은 어떨까… 기다림이 고역으로 느껴지며 힘들어지려는 순간이 올 때쯤 택배는 도착한다. 기다림의 미학을 온 몸으로 체험하였도다.


(물론 이건 배송 옵션을 일반으로 선택했기 때문이고, 빨리 받고 싶다면 요금을 좀 더 내고 3~4일 안에 받을 수도 있다)  

 

박스가 플라스틱이면 어떻고 골판지면 어떠한가. 원가 절감만 잘 하면 됐지. 어차피 2만원인데 패키지 그런 거 안 중요하다. 중국에서부터 구르다 온 것 치고는 상태도 매우 양호. 자 그럼 복권, 긁어볼까!  

 

들어있는 건 이어폰과 이어팁들, 매뉴얼과 USB-C 케이블이다. 단출함 그 자체.  

 

USB-C 단자를 채택한 이어폰은 의외로 쉽게 찾기 힘든데, 고작 2만원짜리가 이런 걸 달고 있으니 새삼 놀라운 기분이다.  

 

그러나 손에 쥐는 순간부터 확 느껴지는 이 저렴한 플라스틱의 느낌, 밤새 식탁 위에 방치해 말라 비틀어진 쫄면처럼 꼬불꼬불한 케이블, 어영부영 마감된 듯한 완성도와 만듦새는 감동을 저하시킨다. ……목에 걸면 멋있겠지!  

 

음, 산업 플라스틱 폐기물이 목에 닿아 있는 듯한 이 기분. 묘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순간.  

 

귀에 제법 찰싹 붙는 착용감. 파월 오온~ 뤠뤼 투 페월~ 드봐이스 크넥튀드~ 여자 목소리와 발음이 필요 이상으로 상당히 끈적하다. 음…… 그래서 참 마음에 들어(?) ……음질은 좋겠지!  

 

노래가 들려온다. 이 음질은…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난다. 그래, 편의점. 몇 년 전에 편의점에서 급해서 샀던 3천원짜리 이어폰! 그 느낌이다. 마치 비 와서 먹먹해진 날의 래뒤오를 듣는 것 같은 감성의 음질이다. 고음역대가 쭉 뻗어 나와야 하는데 많이 부끄러워한다. 저 뒤로 숨어버린다. 보컬의 스테이징도 확 트이지 못하고 매우 좁다. 죽어버린 고음역대 대신 중음역대가 미쳐 날뛰는 듯 희한하게 많이 강조되어 있다. 그래서 보컬들이 왠지 코막힌 듯한 맹맹한 소리로 부르는 것 같다. 음질적으로 좋은 점은, 어디 보자… 스테레오다. 좌우 스테레오가 된다! 매우 감동적이군 ……노이즈 캔슬링은 좋겠지!  

 

오른쪽 조작부에서 버튼을 틱 올려주면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 실내에서 켜봤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잘못 눌렀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원이 꺼졌나? 아니다. 오로지 저음역대 위주로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차도 근처나 버스, 지하철 등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엔진 소음을 나름대로 막아 주긴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는 수준이다. 실생활의 다양한 소음을 잘 막아주길 바란다면 소니나 보스, N50 같은 걸 찾아보길 권한다.  

 

이제 내게 남은 건 2가지. USB-C 케이블…(참고로 데이터 전송은 안 됨 ㅎ) 그리고 당첨될 다음 복권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쓸쓸한 나의 뒷모습만이. 하지만 나는 괜찮다. 고작 2만원을 갖고 이토록 소중한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으니. 머지 않아 또 다른 간증 사례를 들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알리신 만세!  


 

장점
– 유닛끼리 자석으로 붙는다
– 가격이 매우 싸다
– 음악이 들린다

 

단점
– 있으나 마나 한 노이즈 캔슬링
– 퍽퍽하고 텁텁하고 답답한 음질
– 저렴한 티가 철철 넘쳐 흐르는 만듦새


블루디오,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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