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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17. 2019

아이패드 그까이꺼 어따 써?

유튜브 머신을 이북리더로 변신시키는 아이패드 독서 활용법

하지만… 너무 갖고 싶은 걸요

애플에서 지난 3월, 새로운 아이패드 2종류를 세상에 선보였죠. 바로 아이패드 에어 3세대와 아이패드 미니 5세대입니다. 특히 아이패드 미니 5세대는 아주 오랜만에 리프레시된 7.9인치 사이즈 모델로, 애플펜슬까지 지원되며 최신 칩셋이 들어간 궁극의 소형 태블릿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모두가 군침을 흘리고 있기도 합니다. 저희 얼리어답터의 공식 만물 박사 병호 에디터님이 정리한 아이패드 실용서까지 보니 이건 뭐 지름의 유혹을 버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지난 날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이패드를 들여놓고는 갖고 다니기 귀찮아 침대에서 유튜브만 보다가 그마저도 빈도가 줄어들자 결국 되팔았던 그 때. 사서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왜 샀는지도 모르겠고. 게다가 갈수록 신제품 가격은 비싸지고 말이죠. 정말 저에게 하등 쓸모 없는 아이패드… 

 


하지만 이게 뭐죠? 왜 저는 아이패드를 또 들인 걸까요? 알게 뭐예요, 아이 예뻐! 소개할게요. 중고로운 평화나라에서 새로 들인 아이패드 프로 10.5(프로 2세대)입니다. 왜 샀냐고요?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패드 미니 5세대의 가격을 봤더니, 가장 싼 64GB Wi-Fi 모델이 49만9천원, 셀룰러 모델의 경우 66만9천원이었는데요. ‘이 가격이면 차라리 더 보태서…’를 반복한 결과, 어느새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프로 2세대 겟또다제!✩ 

 


유튜브만 보지 말고, 뭐 좀 좋은 거 없나

자, 그럼 아이패드로 이제… 뭐하지…? 야심찬 마음으로 다시 아이패드를 들였지만 웹 서핑, 유튜브 시청을 하고 나니 다시 찾아오는 현자 타임. 아, 애플 펜슬이 있었죠! 저 이래 뵈도 미대 출신이니까요, 어디 그림을 한 번 그려볼… 그렇습니다. 저는 그림을 못 그립니다. 어느 실기 수업 때 저의 과제물을 보고 경멸의 눈빛을 보내셨던 그 교수님 덕분에 그림 그리는 걸 싫어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졸업은 했어요! 겨우…)

어쨌든 이제 뭘 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출퇴근 길에서 사용할 수도 없었죠. 저는 남들의 시선을 대단히 인식하는 소심쟁이기 때문입니다. 안 보는 척 하면서 가자미 눈으로 뭐 보고 있나 힐끗 힐끗 하지 않아도 아이패드 프로 10.5는 너무 널찍해서 그냥 눈에 보일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의 소중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뭔가 은밀한 걸 본다는 뜻은 절대 아님 암튼 아님)

그런데, 책을 본다면 어떨까요? 독서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멋진 아우라가 풍기잖아요? 특히 그 책이 아이패드라면 더더욱(나만 그런가…). 게다가 사실 저는 종이책을 못 읽어요. 글쓰는 놈이 책을 못 읽는다니, 웃기죠? 근데 정말입니다. 책을 집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인가 보다 하는데, 웃기지도 않은 건 스마트폰 화면에 가득한 글자는 또 잘 읽어요. 이거 혹시 디지털 치매 같은 건가? 그러니 이번에야 말로 아이패드를 믿고 독서의 세계로 가는 급행 특급열차 티켓을 끊어 보는 거죠!

때마침 유튜브에서 봤던 광고 중 ‘밀리의 서재’가 생각났습니다. 이병헌과 변요한이 나와서 멋지게 태블릿을 들고 있는 장면이 있죠. 맞아요. 바로 저겁니다. 아이패드로 밀리의 서재에서 책 보면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침 제가 이병헌이랑 키가 비슷하고 변요한이랑은 얼굴이 비슷하니까 딱이군요. 음. 네? 뭐가요. 왜요. 됐어요. 

 

 

아이패드를 남들 시선 의식하면서 가장 멋있게 쓰게 하는 앱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입니다. 한마디로 독서계의 넷플릭스죠. 보유량은 약 3만권 정도라고 하는데요. 적은 듯하지만, 결코 적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권을 읽는다고 해도 무려 80년 넘게 읽어야 다 독파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국내 월정액 도서 서비스 중에서는 단연 가장 많은 양이죠. 요금은 한 달에 9천9백원. 글을 쓰는 현재 기준으로, 가입 시 1개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네요. 음악은 멜론, 영화는 넷플릭스, 문서는 에버노트, 필터는 VSCO… 이렇게 야금야금 등골을 뽑아먹는 구독형 서비스가 대세인 가운데, 밀리의 서재로 무제한 책 구독까지 똭! 지식이 무럭무럭! 교양이 쓱쓱! 돈 나가는 소리도 팍팍!

구독형 서비스에서 중요한 건 첫째가 풍부한 컨텐츠, 그리고 둘째가 편리한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하는데요. 밀리의 서재의 인터페이스 자체는 일반적인 다른 뷰어들과 마찬가지로 익숙한데, 폰트와 행간, 배경지 색상 등을 책마다 다르게 커스텀해 저장할 수 있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찾는 과정이나 추천 도서를 제안 받는 게 어렵지 않아서 좋았는데요. 분야별 여러 섹션을 통해 책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고, 매주 새로 들어온 책들을 모아서 소개해주는 페이지도 유용하며, 다른 사람들은 무슨 책을 보는지 궁금할 때 서재를 염탐(?)할 수도 있죠. 뭘 봐야 좋을까 고민만 하다가 앱을 꺼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했던 부분을 가볍게 날려줬습니다.

책 내용이 익숙한 목소리로 녹음된 ‘리딩북’을 보는, 아니 듣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셀럽이나 성우가 직접 녹음한 책이 많죠. 유병재의 <블랙 코미디>도 재밌었고, 정상훈이 1인 6역을 열연하는 <저주받은 야수>는 마치 콩트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힐링 토크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생각 버리기 연습>은 마치 교양 라디오를 듣는 듣한 포근함까지 느끼게 해줬죠.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즐기다 보니, 책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어느새 사르르 녹아 없어진 듯한 기분입니다. 이틀만에 책 한 권을 읽어버렸습니다. 내가 출퇴근 길에 책을 읽다니, 그것도 이틀만에 한 권이라니! (물론, 9천9백원을 내니까 최대한 뽕을 뽑아야 한다는 내면의 소리도 작용한 것이겠지만요) 이럴수가, 나한테 이런 능력이 있었나? 짜릿해. 늘 새로워. 아이패드가 최고야.

이렇게 책을 듣고 맛보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넘는 지하철 출퇴근 길이 훌쩍 훌쩍 지나갑니다.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요. 왠지 책 내용에도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 맛난 음식들이 차곡차곡 쌓이듯 가슴 속 깊이 무언가 든든히 채워지는 이 느낌,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며, 한 손에는 아이패드를 든 채 책을 보고, 듣고, 몰두하는 저의 모습. 이것 참, 너무 멋있지 않습니까? X나 카리스마 있어

 


밀리의 서재 첫경험은 이 책으로…

이쯤되니 제가 무슨 책을 봤나 궁금하시죠? 안 궁금하시다고요? 그렇다면 소개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바로 <맥시ㅁ… 아니 <그놈의 마케팅>입니다. 저자는 저희 팀장ㄴ… 아니 ‘신영웅’.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생존기이자,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담겨 있는 책인데요. 매너리즘과 무기력증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제 멘탈을 강하게 자극하는 멋진 내용이었습니다. 참 인상적이었던 게, 일반적인 회사원으로서의 범주를 훌쩍 넘기는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항상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노력을 더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었던 멋진 분이더군요. (팀장님, 입금하실 계좌는 국민은행 2183…)

우리 팀장님이 쓰신 책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감명 깊게 잘 읽은 책이었습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가슴에 울림을 깊이 전해주죠. 책의 내용이 정말 좋아서 종이책도 구입했는데(사회 생활은 이렇게…), 번쩍이는 유광 코팅 커버에, 손가락 끝에 착 붙어 까끌맨질거리는 도톰한 내지의 촉감까지 매우 흡족스러웠네요. 이 글도 우리 팀장님께서 보시겠지만 저는 그런 건 일체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책의 내용 그 자체에 감동하여 쓴 것임을 밝힙니다. 암튼 거듭 밝힙니다. 

 


아이패드 + 전자책 독서 = 얼리어답터 지성인 등극

드디어 유튜브 머신 그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아이패드. 이제 아이패드를 통해 얼리어답터 에디터 겸 앱등이로서 트렌드 새터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70만원대 태블릿의 구매 명분을 완벽히 완성해냈으며 독서를 통해 교양과 지식을 쌓는 지성인에 한 걸음 더 가까이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독서 도전기, 이만하면 성공이 아닐까 합니다. 종이책 알레르기 중증 의심 환자인 제가 이틀만에 책 한 권을 가볍게 독파하고, 의미없이 멍 때리던 출퇴근길 1분 1초의 시간에 의미가 그득 그득 담기는 기분을 느꼈으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활용도가 낮다고 여기던 태블릿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얼리어답터 에디터로서 뿌듯했고, 책을 자꾸 읽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대성공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책 읽읍시다! 아이패드로요!






* 얼리어답터에 2019.4.8 게재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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