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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12. 2019

완전 무선 이어폰의 최강자는?

왕중왕 고르기

*얼리어답터에 2018.1.3 게재했던 글입니다.




나에겐 많은 이어폰과 헤드폰들을 직접 체험해 볼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는 케이블이 없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 핫한 만큼, 수많은 제품들을 사용해봤다. 꽤 오래 전에 출시되었던 제품부터 최근의 신제품까지, 써봤던 완전 무선 이어폰 중에서 6가지를 골라 비교해봤다.  



1. Apple AirPods 

콩나물 같은 생김새에 착용 모습을 아무리 봐도 적응하기 힘든 디자인. 그리고 22만원이라는 가격에,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역시 애플답다며 욕을 퍼부었었다. 그러나 출시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이상하게 에어팟의 후기에는 비난보다는 만족 내지는 찬양에 가까운 결과가 많이 보인다. 근데, 그럴만하다. 유사 제품군 중에서 유일한 오픈형 이어폰이라 소음 차단은 안 되지만, 연결 편리하고 잘 끊기지도 않고 음질도 무난한 듯 풍성하다. 일부 평에 따르면 ‘에어팟은 늦게 살수록 손해’라고 까지 말하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2. Beoplay E8 

뱅앤올룹슨의 최초 블루투스 이어폰은 베오플레이 H5, 그리고 최초 완전 무선 이어폰은 베오플레이 E8. 브랜드가 브랜드인 만큼 가격은 자비 없이 비싸지만 그래도 브랜드는 브랜드다. 누구에게나 최소한 평타는 치는 전체적 퀄리티, 디자인, 음질. 소재도 고급스럽다.  



3. Jabra Elite Sport 

이 녀석은 출시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완전 무선 이어폰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가 없다. 워낙 빠지는 데 없이 잘난 제품이기 때문이다. 저음 위주의 다이내믹한 음질, 단단하게 꽉 물리는 착용감, 그리고 특히 연결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아마도 완전 무선 이어폰 중에서 가장 안정성이 뛰어난 제품이 아닐까. 게다가 방수 등급도 높아서 물에 마음 놓고 씻어도 된다. 운동할 때 아주 적절하다.  



4. Sony WF-1000X 

소니가 처음으로 만든 완전 무선 이어폰인 이 제품의 특징은 소음 억제 기술은 노이즈 캔슬링을 탑재했다는 것. 그러나 치명적인 연결 안정성 때문에 혹평이 많았다. 그것만 빼면 음질도 저음 위주로 묵직하고 노이즈 캔슬링도 있고 케이스도 멋진데. 안타까웠다. 다행히, 최근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안정성이 꽤나 나아진 듯한 모양이다. 아쉽게도 펌업 이후의 제품을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평가가 많은 걸 보니 충분히 개선이 된 듯하다.  



5. Bragi the Dash PRO 

브라기는 이어폰에 웨어러블을 결합해 첨단 다기능임을 강조하는 ‘히어러블’을 밀고 있다. 그럴 듯하다. 완전 무선 이어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완성해냈고, 그 이후로 여러 라인업을 선보였는데 더 대쉬 프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상위 모델이다. 심박계를 비롯한 각종 센서까지 들어있어서 고개의 움직임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제스쳐 기능까지 들어있을 정도다.  



6. Jaybird RUN 

제이버드도 스포츠용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다. ‘프리덤’ 라인업도 사용하기 편하지만, ‘런’은 케이블이 없어서 가장 간편하게 쓸 수 있다. 귀에 끼우면 아무리 격렬한 운동을 해도 절대 떨어질 일이 없고, 아웃도어에서 쓰기 좋게 저음역도 부스트되어 있고, 방수 소재도 사용되었다.  

그럼 이제 기기의 성능적 측면 50%와, 사용 경험을 토대로 한 에디터 개인 취향 50%를 적절히 융화시켜 분야별로 순위를 매겨본다.   



디자인

B&O > Bragi > Apple > Jabra > Jaybird > Sony

뱅앤올룹슨 로고 자체만으로도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빚어진 디자인과 탄탄한 만듦새, 가죽으로 둘러진 감성적인 충전 케이스까지. 디자인만 보자면 베오플레이 E8이 단연 압도적인 느낌이다. 브라기 더 대쉬 프로는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깔끔하게 생겼고, 케이스도 멋지다. 좀 무겁긴 해도. 애플 특유의 심플 디자인 DNA를 지닌 에어팟은 그 깔끔함이 좋지만, 귀에 꽂았을 때 착용 모습이 아무리 봐도 적응하기 힘든 이유 때문에 뒤로 조금 밀려났다.  



착용감

Apple > Jabra = Jaybird = Bragi = Sony ≥ B&O

착용감 순위는 안정적으로 귀에 걸려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귀를 아프게 하는지의 여부도 중요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귀가 특히 좀 작은 편이라서 귀를 팽창시키거나 압박하는 제품은 오래 착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에어팟은 귓구멍 입구에 살짝 걸치듯이 착용하므로 귀에 압박이 제일 없다. 그렇다고 우려하는 것처럼 귀에서 퐁퐁 빠지는 일도 없었다. 이어팟을 썼을 때 만족스러웠던, 시원한 착용감 그대로다. 다만 오픈형이라서 소음 차단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이면이 존재하지만. 

나머지 제품들은 다들 나름대로 적당한 느낌의 팽창력을 갖고 탄탄한 착용감을 전해준다. 베오플레이 E8의 경우 귀를 압박하진 않아서 편하지만 애매하게 꽂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에 넣었다. 이어버드 자체가 좀 큰 편이라서 확실히 고정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 불편하고 거슬리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어색함을 떨칠 수 없다.  



음질

B&O = Apple ≥ Sony ≥ Jabra ≥ Bragi > Jaybird

뱅앤올룹슨과 애플의 음색이 같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둘 다 각자 고유의 음색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고 풍부한 표현력을 보여주므로 공동 상위권에 넣었다. 베오플레이 E8은 ‘뱅앤올룹슨’하면 생각나는 화창한 고음역대 중심의 맑은 사운드다. 해상력이 매우 뛰어난데, 개인적으로 H5보다 저음이 살짝 더 있으면서 훨씬 자연스럽고 풍부한 사운드라 느껴졌다. 에어팟은 이어팟 특유의 플랫하지만 흐리멍텅한 음색을 한차례 정신이 번쩍 들도록 휘어잡은 느낌이다. 오픈형에서 느끼기 힘든 두툼한 저역대를 비롯해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뻗는 중고음역대가 조화롭다. 

그 외에 다른 제품들은 베이스 부스트를 강조한 경향이 비슷했다. 이어폰의 활용성 자체가 아웃도어 위주라 그런 듯하다. 다만 제이버드 런은 유난히 고음역의 표현이 깨끗하지 못했다.  



연결 안정성

Apple > Jabra > Bragi > B&O > Jaybird > Sony

에어팟이 끊긴다는 소리는 거의 못 들어봤다. 옆 동료의 증언도 그렇고, 완전 무선 이어폰 특유의 끊김 현상을 느끼기가 매우 힘들다. 아주 간혹, 연결이 불안정해져 사운드가 튀면 ‘오? 오늘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가 보네. 그래 힘내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 안테나가 길게 만들어진 덕분이라 추측된다. 착용 모습이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연결 안정성으로 상쇄시키니 할 말이 없어진다. 확실히 애플이 이런 건 잘 만든다. 디테일과 기술력은 어느 정도 인정. 배터리와 성능 저하 논란으로 말 많은 요즘의 행보를 보면 괘씸하기 짝이 없지만. 

자브라 엘리트 스포츠와 브라기 더 대시 프로의 경우도 끊기는 현상이 확실히 드물다. 이는 양쪽 이어버드가 블루투스로 통신되는 게 아니라 NFMI(Near Field Magnetic Induction)라는 근거리 자기 유도 기술로 통신하는 이어폰이기 때문이다. 이어버드끼리 서로 조금만 멀어지거나, 스팟을 손으로 살짝 건드려도 끊기는 완전 무선 이어폰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베오플레이 E8은 하루 3~4시간 사용 시 1~2회 정도의 끊김 현상을 겪어 양호한 편이었고, 제이버드 런은 하루 평균 4~5회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소니 제품의 경우 펌웨어 업데이트 이전에는 심각할 정도의 연결 불안정 현상을 보여줬었는데, 업데이트 이후에는 직접 사용해보진 못했지만 유저들의 말에 의하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배터리

Bragi ≥ Apple ≥ Jabra ≥ B&O ≥ Jaybird ≥ Sony

완전 무선 이어폰들의 배터리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어버드 단독으로는 평균 4시간, 충전 케이스까지 포함하면 15시간 내외. 다행히 배터리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브라기 제품은 스펙 상으로 5시간 + 25시간 추가 완충이 가능한데, 별 필요 없는 기능들을 설정에서 꺼주면 확실히 오래 가는 느낌을 받는다. 에어팟은 준수한 사용 시간과 더불어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게 메리트. 소니 제품의 경우는 노이즈 캔슬링을 켜놓고 들어서 그런지, 다른 이어폰에 비해 배터리가 체감적으로 빠르게 소진되는 듯 느껴졌다.  



편의성

Apple > Jabra > Bragi > B&O > Jaybird > Sony

전체적인 편의성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에어팟이 가장 인상적이다. 아이폰 옆에서 케이스 뚜껑을 여는 것만으로 인식이 되고, 한 번 연결해준 뒤엔 꺼낼 때마다 알아서 페어링을 해주며 음악을 듣다가 귀에서 빼면 자동으로 멈춰준다. 하지만 물리적인 조작으로 트랙 이동이나 볼륨 조절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유독 아쉽다(※ 수정합니다! : iOS 11 이후 버전에서는 에어팟 설정에 진입해 각각의 이어버드에 다른 조작을 세팅해줄 수 있습니다. 더블탭으로 재생/일시 정지, 다음 트랙 이동, 이전 트랙 이동, 혹은 기존처럼 시리 소환 중에서 선택 가능). 그런 점에서 자브라를 비롯한 나머지 제품들은 모두 버튼이나 터치 패널을 탑재해 간단한 조작은 직접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너스

Bragi > Jabra > B&O > Sony > Jaybird > Apple

완전 무선 이어폰으로서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 또 다른 부가적인 매력이 있는 제품을 꼽아보자면 단연 브라기다. 뛰어난 방수 성능은 기본, 심박수를 측정하며 운동 데이터를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자이로 센서는 고개의 움직임을 인식해 제스쳐로 활용할 수도 있다. 컨트롤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실효성을 떠나 신기하고 재미있다. 

자브라 엘리트 스포츠나 베오플레이 E8의 경우 주위의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는 모드가 탑재되어 있고, 소니는 아예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들어있어 음악 몰입도를 확실히 높여준다. 그다지 눈에 띄는 특색은 없었던 에어팟은 저 멀리.   




결론 

– 애플 유저라면 볼 것 없이 에어팟. 단, 오픈형 이어폰을 싫어한다면 차기 후보로 자브라 엘리트 스포츠를 추천한다.
– 듣기 좋게 울리는 저음역을 비롯, 올라운더 이어폰을 찾는다면 자브라 엘리트 스포츠.
– 저음역을 강조하는 이어폰이 싫다면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 E8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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