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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pr 03. 2019

컴퓨터로 음악 듣기 ① PC-Fi가 뭐야…?

고음질을 즐기기 위한 작은 혁명의 시작

좋은 노래와 좋은 음질에 대한 열망. 저는 나름대로 고가의 이어폰과 고음질 플레이어를 별도로 갖고 다니며 출퇴근 시간에 음악을 듣습니다. 외부 소음이 들리지 않는 밀폐형 이어폰은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죠. 집에서도 음악 감상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에서까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건 때로는 답답할 때가 있죠. 그렇다 해도 변변한 오디오도 없고 오로지 컴퓨터와 작은 스피커 두 쪽으로는 왠지 뭔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실 방 안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컴퓨터에 연결된 스피커를 켜고 음악을 틀면 되죠. 음악 파일이 없다고 해도 유튜브 같은 사이트에서 아티스트를 검색하면 앨범 음원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노래를 듣는다는 것 그 이상, 음질 자체를 느끼면서 듣기에는 많이 부족하죠. 이어폰으로 생생하게 듣던 그대로, 고음질의 사운드를 방 안에 가득 채운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상쾌하게 음악 감상을 하고 싶을 때, 별도의 오디오 시스템 대신 컴퓨터로 쉽게 고음질 음악을 듣는 PC-Fi 환경을 만들고픈 욕심은 그렇게 생기기 시작합니다. 

PC-Fi는 뭘까요?

사실 PC-Fi라고 해서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 바로 PC 본체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도 PC-Fi인 건데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컴퓨터의 음악 파일을 더 좋은 음질로 감상하는, 즉 PC로 Hi-Fi를 즐긴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죠. 고음질의 음악 감상을 컴퓨터로 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음원 파일도 이제 용량에 비해 굉장히 깨끗한 음질의 소리를 담을 수 있게 되어서 컴퓨터로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CD나 LP는 들을 때마다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반면, 파일로만 갖고 있으면 쉽게 감상할 수 있으니 편리하기도 합니다. 전문적이고 고가인 Hi-Fi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성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죠. 그렇다면 PC-Fi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가장 크게 봤을 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 컴퓨터, 고음질 음원, DAC, 스피커, 앰프 >



컴퓨터

가장 기본이 되는 재생기! PC-Fi의 구성에는 컴퓨터의 사양이 음질을 좌지우지 하진 않습니다. 고음질 플레이어를 재생할 푸바(foobar)2000 같은 프로그램 정도만 설치하면 충분합니다. 



고음질 음원

Flac, DSD와 같은 고음질 음원 파일이 있어야겠죠? MP3파일 보다 초당 더 많은 소리 데이터를 담고 있어서 훨씬 풍부한 느낌의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죠. 물론 사람이 구분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음의 미세한 표현까지 해주는 좋은 장비와 함께 재생한다면 훨씬 깊이 있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죠. 오디오 CD에서 Flac으로 파일 변환을 하거나 음원 사이트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DAC(Digital Analog Converter)

보통 ‘덱’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 DAC. 일반적으로 고음질 음악 감상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장비입니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즉 파일의 데이터를 소리로 바꿔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컴퓨터에 있는 사운드카드에는 이미 내장 DAC이 있습니다.

따라서 DAC을 설치할 바에 더 좋은 스피커에 투자해도 되지만, 컴퓨터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에는 잡음이 미세하게 함께 나오기 때문에 깨끗한 소리를 위해서 외장 DAC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습니다. 또한 제조사마다 음색의 특징이 달라서 자신에게 맞춰서 구성할 수도 있죠. 크기가 작은 소형 DAC의 경우는 집과 회사를 오갈 때 갖고 다니며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스피커

소리가 최종적으로 나올 좋은 스피커도 물론 필요하겠죠? 컴퓨터에 많이 쓰이는 일반적인 스피커라 하면 간단한 형태의 사운드바, 스피커가 2개인 2채널, 그리고 중저음 우퍼가 따로 있는 2.1채널, 현장감을 극대화 하기 위한 5.1채널 정도가 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 감상이 주를 이룬다면 5.1채널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음악 감상을 할 때는 5.1채널에서 음역이 멋대로 섞여 나올 수도 있습니다. 2.1채널의 우퍼는 얼핏 들으면 저음이 많아 웅장하게 느껴지지만, 저음이 아닌 것까지 우퍼에서 울리면서 소리가 묻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원래의 스테레오 음악 그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2채널이 좋습니다. 



앰프

스피커에 따라서 앰프를 별도로 연결을 할 수도 있습니다. ‘패시브 스피커’가 보통 그 예죠. 반대로 ‘액티브 스피커’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컴퓨터용 스피커의 종류입니다. 스피커에 앰프를 내장하다 보니 본체가 울리면서 소리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패시브 스피커는 앰프 없이 철저하게 고음질 출력을 중심으로 제작되는데, 앰프를 별도로 결합하면 소리가 주는 타격감이 한층 더 명확해지죠. 



초보가 고민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저 같은 초보를 위한 입문 PC-Fi를 꾸린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전부 다 고가의 제품들로 구성하면 물론 좋겠지만, 처음 입문하며 귀를 트이게 하고 새로운 음질을 느끼는 게 목적인 만큼 제품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아볼지, 구매 한도는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지 등의 일정한 기준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죠. 

– 어디서 들을 것인가 : 음악은 듣는 공간에 따라 소리가 많이 달라질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음악 감상은 넓은 공간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소리가 반사되면서 음이 서로 뭉쳐 혼탁한 느낌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초보를 위한 PC-Fi인 만큼, 원룸 등의 작은 방에서 듣는 걸로 생각한다면 장비의 사양에 크게 구애 받지 않아도 괜찮을 듯합니다.


– 어떤 노래를 주로 듣나 : 팝, 락, 클래식 등 평소에 어떤 음악을 많이 듣는지 안다면 구성에 도움이 됩니다. 저음 위주의 사운드인지, 혹은 깔끔한 고음의 느낌을 만들 것인지, 균형 잡힌 사운드를 고려할 것인지 말이죠. 예를 들어 저음이 크고 웅장한 락을 좋아한다면 저음이 풍성한 Bose의 스피커를 결합한다거나, 다이나믹하고 시원한 소리가 좋다면 JBL 제품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식이 될 수 있습니다.


– 예산을 얼마나 잡을까 : 사실 초보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가격에 따라서 제품들은 천차만별이라 우선은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한 가격대의 제품 중에서 능력이 우수한 것들을 찾아야 합니다. 가성비를 가장 먼저 따져서 구성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취미로 투자할 만한 가격 20~30만원 정도로 설정해봅니다. 



PC-Fi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해봤습니다. 누구나 집에 하나쯤은 있는 흔한 컴퓨터로 소리 만큼은 흔하지 않게 만드는 PC-Fi. 비록 비싼 장비들을 들일 만큼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깨끗하고 깊이 있는 고음질로 음악을 들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PC-Fi를 꾸리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죠?

이제 다음 편부터는 가장 먼저 소리의 차이를 귀로 느낄 수 있는 ‘스피커’와 ‘DAC’에 대해 차례차례 살펴보면서 PC-Fi를 맞이할 준비를 해보려고 합니다.




컴퓨터로 음악 듣기 ② 스피커 찾기

컴퓨터로 음악 듣기 ③ DAC 찾기





*얼리어답터에 2016.5.23 게재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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