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파인더 데이브레이커 빌폴드 지갑 리뷰
남자는 시계 구두 지갑 벨트 뭐 그런 걸로 자신의 매력을 뽐낸다고들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남들이 편하게 쓱쓱 잘만 사용하는 삼성페이 엘지페이를 어깨 너머로 침 흘리며 구경만 하는 아이폰 유저인 나는 그냥 얇고 가벼운 지갑을 좋아한다. 오 문장이 참으로 길구만.
어쨌든 나는 올에뜨라는 얇은 지갑을 3만 얼마에 사서 약 5년 정도 잘 쓰고 있었다. 근데 겉면은 가죽이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땀을 허겁지겁 먹어치웠고 모서리는 여기저기 튿어지고 구겨지고 난리가 났다. 때가 탄 가죽의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꾀죄죄해진 모습만이 남아 지갑을 하나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쯤 웨이파인더라는 브랜드의 데이브레이커 빌폴드 지갑을 봤다.
음 깔끔하게 잘 생겼다. 얇아 보인다. 가벼워 보인다. 사진이 멋있다. 바느질 흔적도 없고 특수한 접합 방식으로 만들어져 이음새가 없다고 한다. 엥 그게 가능해? 궁금해졌다. 가격은 49달러에 페덱스 15달러 합쳐서 약 6만원 돈. 60초 정도 깊게 고민하다가 쓱쓱 질러보았다.
3~4일 기다리니 바로 도착. 미국에서 보냈는데 정말 빨리 왔네. 매일 알리에서 질러놓고 한달 기다려서 받는 게 익숙해졌던 나로서는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포장 인쇄 상태가 나쁘지 않군.
쓸데 없는 브랜드 스티커와 가짜 보딩패스가 들어있다. 맞다, 지갑에 보딩패스도 쏙 들어간다고 써있었다. 비행기 탈 일이 없는 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나름 내 이름도 넣어서 만들어줬네 ㅎㅎ 그리고 저 손으로 쓱쓱 쓴 영어 메모 왠지 귀엽고 멋있다. 미쿡 갬성 좋아.
데이브레이커 이름 멋있다.
디사인드 인 폴트랜드 올웨곤. 메이드 인 차이나.
재질이 그러니까 이게 쫌 뭔가 쫀쫀하고 까끌하고 도톰하고 물컹하면서 빳빳한... 어렸을 적 미술시간에 고무판화 했을 때 그 고무판 같은 느낌이다. 얇아진 고무판. 나쁘지 않네. 근데 손에 있는 먼지랑 각질이 오지게 잘 묻는다. 와우 신나. 물티슈로 닦아보았더니 잘 닦이긴 한다. 땀 걱정은 없을 것 같구만.
바느질이 진짜 없네. 본드로 붙여서 레이저로 지져버린 걸까? 약해 보이진 않는다.
꾀죄죄해진 올에뜨 지갑과 비교. 약간 더 크다. 난 손이 작아서 작은 지갑이 좋은데.
양쪽에 카드 2장씩 넣고 현금 2만3천원을 넣었더니 딱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보딩패스도 넣어보았다. 약간 힘겨워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단 덜 깔끔한데? 괜찮아 어차피 현금도 잘 안 써.
얇기만 따진다면 올에뜨 지갑이 역시 최강이긴 하다. 얘는 약간 더 두툼하다. 그래도 훨씬 튼튼해서 좋다.
폰과 지갑을 요렇게 들고 다니면 그립감이 아주 오진다. 다행히 지갑이 탄성이 있고 유연해서 손에 쫙쫙 붙는다. 나한테는 보딩패스 필요 없으니까 덜렁거리는 윗부분 조금 더 잘라내줬으면 훨 좋았겠다.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 별점 다섯 개 만점에 삼쩜팔개 준다.
그런데 요새 프라이탁 지갑이랑 슬리브가 자꾸 눈에 밟히는 중. 겁나 비싸고 쓰레기 재활용 같은데 이상하게 힙하고 멋있어 보인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