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마우스 액세서리 '매직 그립' 리뷰
앱등이는 아니지만 아이폰과 에어팟,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북, 그리고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공유기까지 사용하고 있는 나. 그 중에서 오늘은 매직마우스 이야기다. 얼마 전 지인에게 매직마우스 1을 단돈 3만원에 넘겨 받았었다. 5년 넘게 썼다는데도 멀쩡하던 괴이한 수준의 내구성. 세월의 때가 타지 않던 동안 외모. 아름답다는 말 그 자체로 대치할 수 있는 디자인. 매직마우스를 며칠 써보면서 느꼈던 무수한 장점들을 좀 추려봤다.
장점 1. 건강의 소중함을 매순간 느끼게 한다
마치 내 왼팔에 둘러져 있는 애플워치처럼, 매직마우스는 오른손 손목과 검지손가락 관절에 끊임 없이 자극을 주면서 바른 자세는 무엇인지 건강한 오피스 라이프란 무엇인지 계속 고뇌하게 만든다.
장점 2. 업무 속도를 상승시킨다
매직마우스는 바디 형태가 플랫하다. 그래서 오른손을 바닥에 거의 수평으로 뒤틀어서 잡아야 한다. 그리고 터치로 스크롤을 할 수 있어서 검지 손가락을 이리저리 붙였다 떼었다 문질렀다 마치 연필로 쉴 새 없이 낙서하듯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손목과 손가락이 아주 많이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통증이 온다. 그러면 그 통증을 잊기 위해 얼른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키보드를 타이핑하고 싶어진다. 웬만한 액션은 마우스 대신 단축키를 최대한 활용한다. 행정병 출신인 게 이럴 때 유용하게 쓰인다 별 생각 없이 웹 서핑 스크롤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그러면 업무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아주 뭐 그냥 나이스하다.
장점 3. 보기와 달리 묵직해서 손목 운동에 좋다
충전해서 쓰는 매직마우스 2와 달리 1은 AA 건전지 2개가 들어간다. 엄청나게 묵직하다. 그래서 포인팅 할 때 자주 들었다 놨다 하는 나의 습관 상 손목 자극 운동에 매우 좋다. 최근에는 AAA 배터리를 끼워서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보기 위해 어댑터를 샀다. 배터리는 약 일주일 정도 가는 듯하다.
장점 4. 디자인이 예쁘다 (이건 레알)
하얗고 둥글 깔끔한 바디는 책상에 놓고 사진 찍을 때 소품 만족도 200%를 자랑한다. 손으로 만지지 않을 수록 더 예쁘다. 애플하면 디자인이고 디자인하면 애플이지. 올해에 나올 아이폰 뒷면의 카메라 파트도 무려 인덕션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듯한 모양새라서 너무 기대된다.
그러나 미개한 초보 앱등이인 나는 이러한 매직마우스의 장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로지텍 M590이라는 미니멀한 무소음 마우스로 잠시 외도를 했다. 그러다가 아마존에 20달러 쿠폰이 생긴 뒤로 이걸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가 이 물건을 샀다. 매직그립(Magic Grips)이라는 도구다. 15달러에 배송비 5달러, 거기에 20달러 쿠폰 먹여서 실제 결제금액은 0.14달러. 166원이다. 이 정도면 완전 거저 갓성비. 서랍 속에서 조용히 잠들고 있던 매직마우스 1을 다시 꺼냈다. 후후. 붙어보자 이 자식아. 니가 먼저 망가지는지 내 손목이 먼저 망가지는지.
아주 싸게 잘 샀다. ㅎ
이렇게 들어있다. 그립은 3개다. 나머지 한 개는 굵은 엄지용. 병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알콜 패드도 들어있다. 이 배려심.
쓰리엠 테이프를 떼어서 마우스에 붙이면 된다.
레귤러 2개를 붙일까 하다가 하나는 큰거로 붙였다. 그립감이 더 좋아질까 해서.
아우 무거워.
꽤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다. 실리콘인 거 같은데 뭔가 더 딴딴하고 손에 착 감기고 기모찌하다.
확실히 안 붙이고 썼을 때보다 손에 쥐기에는 더 낫다. 모서리가 손가락을 압박하지 않아서 편했다.
장점 1. 그립감 향상
손으로 쥐는 전체적인 그립감 자체가 상승. 검지와 중지는 뭐 원래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거라 어쩔 수 없다면 적어도 엄지와 약지와 새끼는 이제 상대적으로 좀 고통을 덜 받는다. 그래서 총 합계를 때려봤을 때 쌩 매직마우스를 썼을 시 하루 피로도가 60% 찼다고 하면 얘를 붙이니까 하루 피로도가 40% 정도만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장점 끝
단점 1. 무게가 늘어남
안 그래도 무거운 매직마우스에 날개를...아니 무게추를 달아줘요.
단점 2. 디자인이 쌉구려짐
말해 뭐해
서걱 서걱 소리가 싫어서 테이프를 붙여봤는데 좀 나았다.
근데 안 그래도 못생겨졌는데 더 못생겨져서 정이 뚝 떨어졌다.
딜레마다.
못 살게 굴어도 예쁘니까 참느냐
아니면 못 생겨도 편하니까 참느냐
참 고민할 것도 없다 아이고
아무래도 안 될 거 같다
아 손목 아파
내가 졌다
로지텍 복귀각.
166원에 사서 다행이다...
애플이 인체공학 마우스 만들어주는 헛된 꿈을 상상해본다. 199달러라도 살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