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논제, 선택논제 작성 후 토론하기.
<복자에게> 독서토론 논제
(김금희, 문학동네, 2020)
■ 자유 논제
1. 이영초롱은 제주 고고리섬으로 전학을 갑니다. 그녀의 부모가 “부도가 나고 일 년여가 지나자 남동생 영웅은 종암동의 큰아버지에게, 나는 고모에게 맡기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서울에 남고 싶어 부모에게 제안서까지 썼던 그녀”(p.8)는 섬에서의 전학 수속을 미루고 방에 틀어박혀 지냅니다.(p.12) 그러던 중 영초롱은 동생과의 통화를 마치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기로 결심하는데요. 그때 “영웅과 전화통화를 막 끝낸 참이었고, 어쩌면 그 덕분에 나갈 힘을 냈는지도 몰랐다.”(p.14)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나는 슬리퍼를 직직 끌며 관사를 나섰다. 영웅과 전화통화를 막 끝낸 참이었고, 어쩌면 그 덕분에 나갈 힘을 냈는지도 몰랐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할 수 없는 처지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그냥 거기 날씨는 어떠냐? 어른들이 공부 많이 시키냐? 같은 질문을 주고받았는데, 전화를 끊을 때쯤 영웅이 “누나, 난 종일 한 번도 안 웃기 내기를 해”라고 했다. 평소에 습관처럼 히죽이죽거리던 녀석이라 나는 당황했다. (중략) 영웅은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웃으면 정말 멍청한 사자 같은 게 될까 봐.”라고 했다. 어쩌면 그 순간에 나는 슬픔에 대해 온전히 알게 되지 않았을까. 마음이 차가워지면서, 묵직한 추가 달린 듯 몸이 어딘가로 기우는 느낌이었다. 어느 쪽으로? 여태껏 가늠하지 못한, 그럴 필요가 없었던 세상 편으로, 이를테면 영웅이 사자가 되고 싶다며 더는 헤헤거릴 수 없는 세상.(p.14~15)
“하하하하 일곱 번?”
“하하하하하하하 일곱 번.”
“하하하하하하하하.”
“그건 여덟 번이고.”
“아 맞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역시 여덟 번이었지만 나는 더 이상 정정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제 나는 슬픔에 대해 완전히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슬픔은 차갑고 마음을 얼얼하게 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그만한 선택이 없었다.(p.17)
2. 이영초롱은 ‘법복을 벗고’(p.231) 고모를 통해 ‘인권법연구소의 파견직’을 소개받습니다.(p.23) 파리에서 체류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그녀는 한국에서 전해진 복자의 승소 소식을 듣는데요. ‘최종 판결문’을 읽은 영초롱은 편지 속 복자에게 “1심을 이기고도 항소와 상고가 이어져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축하한다는 말조차 미안하게 느껴진다.”(p.228)라고 말합니다. 그 후 그녀는 한국의 섬들에 대해 묻는 셀린에게 “섬에 가면 모두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p.236)고 이야기하는데요. 여러분은 그녀의 감정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편지를 쓰던 날들에 셀린은 한국의 섬들에 대해 물었다. 자기는 바다를 좋아하고 나중에 수면에 누워 뜬 채로 눈을 감는 것이 소원인데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느냐고. 나는 당연히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그런 섬에 갈 때는 말이야, 셀린. 꼭 네가 왔다는 걸 알리고 인사를 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알려야 해. 너라는 사람이 여기와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 출입국관리사무소? 이민국?”
맞은편 커튼이 다시 열리고 이제는 슬리퍼의 발끝만 보아도 알아볼 수 있는, 그 박수를 받아 마땅한 생존자가 나타났을 때 나는 “모두에게”라고 말했다.
특히 섬의 오래된 신과 보리밭에, 해녀들에게, (중략)
꿈의 변경이 용인되어 섬으로 돌아와 있는 오세에게, 그리고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다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던 현명한 나의 친구, 복자에게.(p.236)
■ 선택 논제
1. 이선 고모는 ‘고모의 친구’(p.88)이자 ‘복자가 좋아하는 이모’입니다.(p.90) 이선 고모는 영초롱과 복자를 “휴게점에 놓인 예쁜 뿔소라 장식이나 종종 빈 화병을 채우기 위해 꺾어오는 들꽃처럼 여기며”(p.91~92) 소중하게 대해줍니다. 그러던 중 마을 공사로 인해 소란이 발생하고 복자는 영초롱에게 “어른들이 와서 이선 고모네 집에 임공이 자주 오느냐고 물으면 본 적이 없다 말하라.”(p.95)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영초롱은 “내가 본 것을 보지 않았다고 하고 싶지 않다.”(p.96)라며 어른들에게 본 대로 말해버리는데요. 여러분은 그녀의 이런 선택에 공감하시나요?
“복자는 내게 절대 휴게점에 임공이 자주 왔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일렀다. 특히 지난 일요일에 거기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고는.
“그래줄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복자는 안심한 듯이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다시 제순이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p.95~96)
“나는 내가 본 것을 보지 않았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에는 딱히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 이외에도 어떤 적의가 있었다. 책상 서랍 안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잘 안 되면 다 쏟아부어서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마음 같은 것. 자주 상처받고 여러 번 실망한 쉽게 선택하는 타인에 대한 악의. 그게 뭘 뜻하는지도 모르지만 내 한마디로 그 어른 남자가 겪게 될 곤란한 상황에 대한 분명한 만족감. 평소에도 그가 나타나면 뭔가가 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므로 나는 거짓말을 해서까지 그를 변호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이 일로 곤란을 겪게 될 사람은 그일 뿐이라고 오판했던 것이다.”(p.96~97)
공감한다
공감하기 어렵다
2. 성산법원으로 발령을 받은 이영초롱은 어릴 적 친구 고오세와 재회합니다. “고오세는 내가 제주를 떠날 때 유일하게 서울 집 주소를 물어본 애”(p.78)였는데요. 그녀는 오세와 대화를 나누며 “만약 카페 사장이 창문을 닫기 위해 우리 자리로 와서 주의를 끌지 않았다면 나는 인생을 전부 털어놓았을 판”(p.118)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세는 영초롱과 대화를 하며 그녀에게 ‘판사 에고(p.125)’가 있다고 몇 차례 지적하는데요. 여러분은 고오세의 이런 생각에 대해서 공감하시나요?
“그래도 제대로 살고 있는 건 맞죠?”
제대로 살고 있느냐고? 나는 여태껏 받아보지 못한 질문이라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눈앞의 사람이 잘 살고 있는가를 판단하기만 했을 뿐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은 드물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고오세는 “영초롱씨에게는 그 일이 아주 중요한가 봐요.”라고 했다. 무슨 대화를 하든 기승전나판사인데 농담으로 말하자면 약간 판사 에고 비대증이 있는 듯하다고.
“그게 뭔데요?”
“나는 판사다. 하는 생각으로만 사는 것 같다고요. 그러면 힘들잖아요.”(p.118~119)
“아니야. 나는 니네가 돌아가는 걸 몰라서 그래. 내가 해야 해. 내가 있어야 그나마 가능성이라도 좀 있다고.”
나는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다.
“영초롱."
오세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그렇다면, 정말 네가 너밖에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그것 자체가 위험한 것 같다.”(p.218~219)
공감한다
공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