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발로 차지 말기.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왜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인싸가 아니라 아싸인가.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대학시절 학과 내에서 특이하기로 소문난, 이른바 괴짜로 불리는 선배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선배와 대화하는 게 편했다.
오히려 과 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는 이들과의 대화가 지루했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적 관계를 힘들어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메이저의 취향보다는 마이너의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들과의 그림책 수업을 준비하며 많은 그림책과 그림책 작가를 접하게 된다.
그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만 나누어보면
첫 번째, 대중에게 사랑받는 인기 작가.
두 번째, 묵묵히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치는 작가.
세 번째,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인 작가.
강의계획안을 작성하다 보면, 그림책의 글과 그림을 집중해서 보고
내가 생각하는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데...
그때 유독 손이 가는 책은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이다.
그런데, 독서 수업을 진행하는 대다수의 기관에서는 첫 번째의 책을 선호한다.
아...... 여기서 피할 수 없는 을의 고민이 밀려온다.
나도 타협해야 하나...... 인기 작가의 작품으로 강의계획안을 작성해야 하나......
쉽게 풀리지 않을 고민이다. 아마도 그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게 되겠지만......
사람들이 저마다의 색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가끔 고등학교시절 방송반 선생님이 떠오른다.
어느 날 선생님이 이런 시를 적어주셨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으냐
한창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에게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니......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는 다른, 아싸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을 뿐.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 알겠다.
선생님이 제자에게 그 시를 적어주신 마음을.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뜨거운 꿈이 있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각자 자신의 꽃을 피울 것이다.
글을 적다 보니 나는 어쩔 수 없지 싶다. 이대로 아싸로 사는 수밖에.
아싸 선생님의 제자이니 아싸일 수밖에 없다.
그저 지금처럼 아싸로, 뜨겁게 살겠다.
(그런데 자꾸 아싸의 글을 쓰니...... 브런치 조회수와 라이킷도 벽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