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가시밭길
저녁 8시 30분에 사무실을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한참을 있다가 여기에 글로 남겨본다.
지난 몇 달 동안의 나에 대해 생각했다. 주눅 들어있고, 불편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는 상태다. 매일 가는 공간에서 매일 만나는 구성원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감각 때문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도 같다. 이 사실이 이 사람들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모른 척하고 싶었던 사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
지금까지의 인생 속에서도 수많은 고비를 겪었지만, 지금 겪는 이 일은 또 처음이라.. 아프다.
명확한 사건도,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이 공간에 있는 매 순간,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줄어들 뿐이다.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아파트를 생각하면 당장에 그만둘 수 없다. 커리어를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참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를 마지막 날로 잡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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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9일. 그날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장소에 머무는 내내 느꼈던 감각이 있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위축감. 이유를 묻기조차 조심스러운 불편함.
이 글을 쓴 이후로 1년 반이 지나고 그곳에서의 모든 것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난 2025년 12월 23일 오늘이 되었다. 이 글을 발견하고, 그때의 나를 떠올려본다.
위축된 마음을 감정적으로 터뜨리지 않는 쪽으로 매일 선택하고, 그 하루를 망치지 않기 위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접어두던 날들. 나는 무너지지 않는 선택만은 매일같이 해내고 있었다. 그 선택들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이미 벗어나는 과정에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참 담담하게 견뎠다. 그래서 그때의 내가 고맙다.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나 자신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덕분에 2025년은 참 편안했다. 아침에 눈 뜰 때 오늘을 버텨야 한다는 생각부터 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었다.
그 공간에서 벗어나서 다음날부터 갑자기 좋아졌다기보다는.. 나를 깎아내지 않아도 되는 매일을 보내면서 내가 달라졌고 점차 편안해졌다.
그때의 나에게 해줄 말은 많지 않다.
다만, 잘 버텼고
충분히 잘했고
정말로.. 잘 견뎌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