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커리어 실험기

by 김지구

회사라는 울타리를 잠시 벗어나면

세상은 생각보다 무섭고, 동시에 기막히게 넓다.


명함 없이 소개하는 법,

회의실 대신 카페 한쪽 테이블에서 아이디어를 늘어놓는 일,

정해진 직함이 없으니

‘나는 무엇으로 나를 설명해야 할까’라는 질문과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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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경험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낯섦이야말로 커리어 실험의 진짜 시작이었다.


이력서가 없는 하루를 견디는 법


회사 밖으로 나온 첫 주에는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메일도, 미팅도, 누군가가 불러주는 자리도 없었다.

시간이 많아진 만큼

자존감이 아주 얇게 흔들렸다.


그때 알았다.

회사가 나를 만들어준 부분만큼

나는 스스로의 역할을 회사에 맡겨두고 살았다는 걸.


그래서 이 질문을 책상에 붙여두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시도는 무엇인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업실 대신 카페에 앉아 노트 한 장 채우기,

관심 있던 산업 리서치 정리해서 친구에게 보내보기,

가볍게 사이드 프로젝트 선언하기.


작은 시도들이 하루를 다시 조금씩 채웠다.


‘혼자’는 외로움이 아니라 독립된 사고의 시작


회의가 없으니

결정도, 방향도, 질문도 모두 내가 정해야 했다.


처음엔 답이 너무 느리게 나왔다.

누군가의 확인 없이 무언가를 실행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빈 공간 속에서

오랜만에 정말 내 목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옳다고 말한 방향이 아니라

내가 흥미를 느끼는 일에 반응하는 감각.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나면서

‘혼자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 비로소 독립이라는 단어가

막막함이 아닌 자유처럼 느껴졌다.


돈보다 배움을 목표로 하면 버티는 힘이 생긴다


회사 밖에서 일을 시작할 때

가장 흔한 불안은 돈이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바꿨다.


첫 단계의 목표: 돈 벌기 → 배움 쌓기


작은 프로젝트라도 맡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스스로의 역량을 시험해볼 기회를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돈에 덜 매달릴 때

관계가 더 단단해지고

기회가 하나둘 모였다.


커리어 실험은 ‘방향 찾기’가 아니라 ‘속성 찾기’다


많이들 묻는다.

“그래서 회사 밖으로 나오면 결국 무엇을 할 수 있어요?”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무엇을 할지 찾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 알아가는 중이에요.”


실험은 직업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에너지 흐름을 공부하는 과정이다.


혼자 일할 때 빛나는가,

작은 팀과 함께할 때 날개가 생기는가,

기획에 끌리는가, 글에 머무는가,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가,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가.


이 실험은 목적지가 아니라

지속되는 과정이다.


마지막 문장


회사 밖 커리어 실험은

뛰어난 결과를 증명하는 여정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다시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다.


불안과 자유를 동시에 품고 걷는다.

가끔 멈추고, 다시 시작하고, 방향을 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길을 걸으며 나는 조금 더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버티는 법이 아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당신도 언젠가

작은 실험을 시작하고 싶다면,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다.


첫걸음은 늘 조용하고,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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