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좋은 사람’의 기준을 다시 쓴 날

by 김지구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내가 생각하던 ‘좋은 사람’의 기준이 어느 순간 조용히 바뀌어 있었다.


예전의 나는

예의 바르고, 말투가 단정하고,

상황에 맞는 배려를 알고,

주어진 관계 속에서 역할을 잘 지키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직장에서, 일상에서,

그 ‘교과서 같은 선함’은 중요했다.


하지만 길 위에서는 달랐다.

호칭도, 직함도, 사회적 역할도 필요 없는 공간에서

친절은 모양을 바꾸었다.


아주 작은 다정함이 큰 울림이 되는 곳


호이안 밤거리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내 머뭇거림을 보고

먼저 다가와 지도 앱을 열어주던 여행자.


말도 많지 않았고, 웃음도 짧았지만

그 순간 그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다정했다.


나를 위해 무언가 해준 게 아니라,

두려움을 멈출 수 있게 해준 사람.


그 작은 행동 하나가

관심과 보살핌의 단위를 새롭게 정의했다.


설명 대신 기다려주는 사람


방콕에서 로컬 버스를 타려고 헤맬 때,

운전기사는 영어를 하지 못했고

나는 태국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답을 알려주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그저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성급함 없는 그 여유가

설명보다 더 큰 배려라는 걸 깨달았다.


친절은 정보가 아니라 태도였다.


나를 ‘더 나은 사람’처럼 느끼게 한 순간


치앙마이의 작은 카페에서

옆자리 여행자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의 노트를 보며 웃었고

그는 말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들러 오셨네요?”


그 짧은 말이

내 하루를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 사람.


좋은 사람은

나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자꾸 따뜻해지는 사람이었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남는 마음


놀랍게도,

그 어떤 사람도

내 연락처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내 안에 남아 있다.


관계의 길이가 아니라

마음이 닿은 순간의 진동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장


그날 이후로 나는

‘좋은 사람’을 다시 정의했다.


큰 도리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순간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


완벽하게 예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사람.


나를 평가하지 않고,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나를 더 나은 상태로 이끌어주는 사람.


여행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깊게 보게 해준다.


그리고 나는 그 길 위에서,

좋은 사람을 찾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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