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인연에게 배우는 태도

by 김지구

여행길에서 스쳐간 사람들은

내 삶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름도, 연락처도, 다시 만날 약속도 없이

그냥 조용히 지나간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중 몇 명은 아직도 내 안에 있다.


말 한 줄, 손짓 하나,

표정의 결만 남긴 채 떠났는데

그 순간이 어떤 조언보다 오래 기억된다.


그들은 ‘관계’가 아니라

태도를 가르쳐주고 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기울이는 법


사이공의 시장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한 노점 상인은

내가 물을 물어보는 동안

손짓으로 조용히 그늘로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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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도 없었고,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그는 그저

내가 덥고 헤매고 있다는 사실에

잠깐 마음을 기울였을 뿐이다.


그 장면이 남아 있다.


세상을 대할 때

크게 돕지 않아도,

잠깐 멈춰주기만 해도

누군가의 하루가 안전해진다는 걸 배웠다.


서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


다낭 해변에서 만난 한 여행자는

발음도 서툴고, 표현도 어색했지만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나… 영어 잘 못하지만,

그래도 말하면… 다 돼요.”


그 당당함과 편안함이

부러웠다.


완벽하려 애쓰기보다

따뜻하려고 애쓰는 태도.


그 사람은 나에게 말했다.

“어색해도 인간답게.”


내 기분보다 상대의 속도를 존중하기


치앙마이 카페에서

옆자리 여행자가 조용히 일기를 쓰고 있었다.

손목과 숨이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말을 걸고 싶다가도,

그 고요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가깝고 싶다는 마음보다

상대의 리듬을 지켜주는 마음이

더 깊은 존중이라는 걸.


스쳐간 인연이

가르쳐준 가장 부드러운 태도였다.


떠날 줄 아는 깔끔함


베를린 호스텔에서

잠깐 대화를 나눈 여행자와

아침을 함께 먹고 헤어졌다.


그는 마지막에 말했다.


“좋은 이야기였어요.

행운을 빌게요.”


그 한 줄 뒤에

미련도, 인연 강요도, 연락 교환도 없었다.


만남이 꼭 이어져야 한다는 집착 없이

머문 만큼만 묵직하게 남기고 떠나는 태도.


그 깔끔함과 진심이

오히려 오래 남았다.


마지막 문장


스쳐간 인연들은

내 삶을 뒤흔들지 않았다.

대신 조금씩 방향을 바꿨다.


그들은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고,

그냥 자기 방식으로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배웠다.


좋은 인연은 오래 남는 사람이 아니라

잠깐 스쳐도 마음에 빛을 남기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여행 속을 지나갈 때

나도 그런 태도로 남고 싶다.


잠깐 만나도 따뜻했던 사람.

언제 떠나도 고맙게 기억되는 사람.


스치는 인연이

가끔은 가장 깊은 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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