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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세평 Dec 09. 2019

남아공 유학 | 05. 강제 단식 ②




희망은 곧 산산조각 났다. 하키 대표팀은 새벽같이 일어나 훈련을 나갔고 잘 시간이 돼서야 돌아왔다. 식사도 다 밖에서 해결했다. 결국 혼자서 삼일을 굶으며 버텨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구세주는 바로 하키팀과 함께 방문한 그 학부모님이었다. 하키팀 훈련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부모님들이 간식을 사뒀다고, 마음껏 가져다 먹으라고 한 것이다. 


친구들이 차를 타고 떠난 후, 곧장 공동부엌으로 향했다. 정말 과일바구니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구니 안에는 사과가 열 알, 바나나 대여섯 개, 그리고 시리얼 바가 스무 개 남짓 들어있었다. 하지만 하키팀 인원이 열한 명이었다. 하키팀도 충분히 먹어야 하니까  내가 정말로 마음껏 먹을 수는 없었다. 특히 몇 개 없는 바나나를 가져가는 것은 양심 없는 짓이었다.


'시리얼 바를 세 개만 가져갈까, 아니면 다섯 개를 가져갈까?'

한나절을 굶어본 결과, 그래도 시리얼 바가 세 개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시리얼바를 다섯 개 가져가면 한 끼에 시리얼바를 하나씩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하키팀 중 누군가는 시리얼바를 한 개만 먹어야 한다. 미안했지만 이미 한나절을 굶은 나는 식량이 간절했다. 미안한 마음을 꾹 누르고 시리얼바 다섯 개와 사과 세 알을 품에 안았다.


첫날 저녁이 됐다. 경건한 마음으로 물을 떠 왔다. 그리고 러스크 한 개와 사과 한 알, 시리얼바 한 개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러스크와 물만 먹어야 했던 처음의 계획에 비하면 만찬이었다.


먼저 퍽퍽한 러스크를 물과 사과로 씻어 내리며 먹었다. 살기 위해 기계적으로 욱여넣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사과와 러스크를 깨끗하게 해치우고, 대망의 시리얼바를 들어올렸다. 신중하게 포장지를 뜯었다. 시리얼 바가 모서리를 빼꼼 드러냈다. 각종 곡물과 그래놀라, 건포도가 시럽으로 끈끈하게 뭉쳐 윤기가 흘렀다. 심지어 딸기맛 초콜릿도 얇게 발려있었다. 조심스럽게 앞니로 모서리를 조금 베어 물었다. 화이트 초콜릿의 부드러운 달콤함과 상큼한 딸기향, 오트밀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환상적이었다.


야금야금 아껴먹었는데도 시리얼바는 금새 줄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한 입을 입에 털어넣고 오래오래 음미했다.

'어서 내일이 돼서 다시 시리얼바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날 먹게 될 시리얼바를 상상하며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남아공 유학 | 05. 강제 단식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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