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탈 크루젤 갤러리의 첫 방한
올 상반기, 3년 만에 찾아온 베니스 비엔날레가 지난 공백에 대한 만회를 다짐하듯 작정하고 포문을 연 대면 국제예술행사의 릴레이가 아트 바젤(Art Basel), 제15회 카셀 도큐멘타(documenta 15) 개막으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일찍 빗장을 푼 대한민국 수도는 아트 바젤의 파리 상륙작 Paris+ par Art Basel과 더불어 하반기 전 세계 미술계의 주요 행사인 프리즈 서울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번 기회로 가고시안(Gagosian),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등 내로라하는 세계 유수의 갤러리 부스를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외 메가 갤러리들이 앞다퉈 진출해, 전운마저 감도는 미술 장터에서 가장 궁금한 부스는 단연 갤러리 샹탈 크루젤(Galerie Chantal Crousel)이다.
벨기에 출신의 샹탈 크루젤은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한 한 드로잉 작업에 이끌려 작품을 구매한 “경이로운 경험”을 계기로 갤러리스트로서의 미래를 꿈꾼다. 1972년의 이야기다. 같은 해, 파리로 이주한 크루젤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형성하던 당대 예술가와 긴밀히 왕래하고, 1980년에 이르러 현대미술의 다채로움을 소개하겠다는 일념으로 퐁피두 센터 인근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설립한다. 이내 알리기에로 보에티(Alighiero Boetti), 길버트 앤 조지(Gilbert & George)부터 제니 홀저(Jenny Holzer),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신디 셔먼(Cindy Sherman)에 이르는 거장의 작품을 처음 프랑스에서 선보이게 된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갤러리는 한결같이 미술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다양한 형식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빚어온 작가들의 예술적 대화를 이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갤러리의 모토인 “Jure-moi de jouer / Swear that you will play”에서처럼 마치 놀이하듯,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과 서로 소통하고 열린 장으로서 공간을 운영한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알로라 앤 칼자디야(Allora & Calzadilla)를 비롯해, 스페인 화가 호세 마리아 시실리아(José María Sicilia), 베트남계 덴마크 작가 얀 보(Dahn Vo), 모나 하툼(Mona Hatoum) 등 그간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가의 작품을 내세워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알로라 앤 칼사디야의 ‘Graft’는 재활용된 폴리염화 비닐에 채색해 만든 출품작으로 꽃송이를 흩뿌린 듯한 가변크기의 설치 구조물이다. 버려졌던 비닐이 예술품으로 재탄생해 보다 의미를 더한 이 아름다운 작품은 직접 보지 않고는 그 의도를 제대로 감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챙겨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아트 페어보다는 미술관 공간에 더 어울릴법한 소위 “컬렉터블”하지 않은 작품을 앞세워 한국에서의 첫 데뷔 무대에 보여준다는 자체가 이 갤러리의 예술적 방향성을 잘 나타낸다.
파리 팔레 드 도쿄에서 개인전이 진행 중인 미모사 에샤르(Mimosa Echard)와 멕시코 현대미술의 대표 주자 가브리엘 오로스코(Gabriel Orozco)의 작품 역시 한국을 찾는다. 이와 더불어 양혜규 작가의 신작 ‘Sonic Rotating Identical Circular Twins - Iridescent and Silver #23’, 타렉 아투이(Tarek Atoui)의 신작 ‘The Whisperers/Totem’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Years’,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Timekeeper’ 등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에 기반을 두거나 시청각을 넘나드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개인전이 진행 중인 미모사 에샤르(Mimosa Echard)와 멕시코 현대미술의 대표 주자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의 작품 역시 한국을 찾는다. 이와 더불어 양혜규 작가의 신작 <Sonic Rotating Identical Circular Twins – Iridescent and Silver #23>, 타렉 아투이(Tarek Atoui)의 신작 <The Whisperers/Totem>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Years>,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Timekeeper> 등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에 기반을 두거나 시청각을 넘나드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Esquire 2022년 9월호 '전문가 6인이 꼽은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작가' 기고를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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