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화가 7인의 추상회화를 조명하다
7인의 한국 여성 화가의 추상회화 작품을 소개하는 <Abstract Gestures From Female Painters> 전시가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 개최되고 있다. 현재의 개념 중심의 미술에서 잠시 한 걸음 떨어져 “순수 조형 요소로 이루어진 추상 회화의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귀중한 전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으나 마음속 열정을 화폭에 담아낸 1세대 여성 추상화가 최욱경(1940-1985)을 비롯해 동시대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제여란, 도윤희, 박형지, 구지윤, 김미영, 김지영이 참여했다. 다양한 세대의 여성 작가의 활동 시기는 1960년대부터 2024년에 이르기까지 반세기가 훌쩍 넘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추상이라는 자유로운 표현에서 배어 나오는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는 보는 이의 마음에 한결같이 파동을 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추상 회화 작가들이 특정한 형상이나 내러티브 없이 어떻게 대상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며, 감상자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작년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화제가 되었던 조안 미첼의 전시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채민진 기획자는 한국의 여성 추상 화가 역시 기록될 만한 매력적인 작품을 포함한 이번 전시를 위해 1년의 세월을 공들였다.
각 작가는 자신이 마주한 독특한 풍경과 자연, 경험에 조응해 이를 몰입감 있게 캔버스에 담아낸다. 캔버스를 채워내는 여정에서 때로는 촛불이 고요히 타오르는가 하면, 때로는 무성히 자라난 나무이자 자연 깊숙한 곳으로 침잠한다. 힘을 주어 켜켜이 재료를 쌓기도 색을 배합하고 깎아내 이루 말할 수 없는 섬세함에 도달하기도 한다. 흰 캔버스 위 붓 터치가 가해진 찰나는 예기치 못한 우연의 기록이자 작가의 감정이나 기억의 탐구이며, 시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생생히 남아있는 지각의 집합체이다.
"여자이자 화가로서의 나의 경험은 내 창의력의 원천이 되었다. 내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은 내 삶의 성장이고, 내 감정을 시각 언어로 풀어놓은 것이다. 내 작품들이 나의 삶에 대한 것이기는 하나, 이를 통해 단지 이야기만 들려주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살아온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나의 작품을 보는 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공감하기를 바란다." – 최욱경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붓놀림이 만든 질감은 여성 특유의 감각과 감성에서 걸려져 나와, 작가의 내면에서 탄생한 추상 회화의 에너지를 통해 관람객에게 말을 건넨다. 무엇보다도 여성 추상화가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는 미술사에 있어 불과 1970년대 전까지 오랫동안 조연의 역할을 맡아왔지만, 묵묵히 작업을 펼쳐온 여성들을 다시금 돌이켜보게 한다.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드러내고자 미세한 움직임과 표정의 미묘한 변화에 섬세함을 담는 무용수처럼 화가는 캔버스 위에 표현하고자 한 세계를 채워 넣고자 힘찬 붓 터치를 만들어내고 거침없이 바른 색상을 펼쳐 보인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여성 화가 7인의 호흡이 온전히 스며든 추상회화는 하나의 몸짓이 되어, 금방이라도 생생하게 움직일 것만 같다.
장소 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5길 22)
기간 2024.01.17 - 2024.02.14
엘르 코리아 닷컴 #요즘전시 칼럼(2024.01.29 게재) 기고를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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