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사람, 공간과 교감했던 대규모 조각 및 설치 작품
에디터 노트: 때론 먼지 묻은 지난날에서 빛나는 옥석 같은 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미 지나갔고 오늘날 멸종되다시피 한 트렌드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더더욱 귀환을 간절히 희망하는 흐름을 12명이 밝혔다.
오늘날 미술계에는 코로나 19가 증폭시킨 녹색갈증을 해소하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예술 총감독 체칠리아 알레마니를 선임해, 참여 작가 90%가량이 여성이던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불 지핀 여성 작가 돌풍이 거세다. 미술계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성뿐 아니라 흑인,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를 아우르는 미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 예술에 대한 시각 자체를 새로이 재건하는 중이다. 여기에 전 세계 곳곳에 스며든 생성형 AI가 예술적 활동을 돕는 ‘도구’로서 활약하며 본의(?) 아니게 창작자 자리까지 넘보기에 이르렀다.
런던부터 서울에 이르는 여성 예술가에 대한 ‘뒤늦은’ 재조명은 응당 마땅하다 여기나, 유행에 민감한 소셜미디어 숏폼처럼 휘발성 짙은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의 물결 속에서 나는 미술관 안팎에서 공간과 묵묵히 감응하던 대규모 조각, 설치 작품이 유난히 그립다.
이를테면 구겐하임(Guggenheim) 빌바오 미술관이나 뉴욕 MoMA 야외 정원에 들어섰던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무게감 넘치는 거대 조각 작업, 혹은 휴스턴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을 마주한 작은 연못 속 바넷 뉴먼(Barnett Newman)의 대형 조각 ‘브로큰 오벨리스크(Broken Obelisk)’처럼 자연 그리고 사람과 교감하는 작품 말이다. 텍사스 마르파의 광야에 펼쳐지는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설치도 떠오른다.
작품과 닿은 공간이 조각의 부차적 개념이 아닌, 그 자체로 관람객 앞에 조각과 동등하게 대면해 지각 경험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 대규모 설치작을 상시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을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W Korea Men 2024년 3월호 '다시 돌아왔으면 싶은 그 시절 트렌드 12' 기고를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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