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런던에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유럽에 다시 돌아올 생각도 없었고,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영어 공부부터 석사 입학, 졸업 작품 준비에 논문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2년,
나는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일 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런던을 거쳐 베를린으로 돌아온 후,
나는 이 곳에서 6년 만에 다시 '직장'이라는 것에 몸을 담게 되었다.
먼저 이 곳에서 취업의 이유는 간단했다.
베를린으로 처음 이사할 때부터 취업을 작정하고 온 것은 아니었지만,
당분간은 이 나라, 이 도시에서 살기를 바랐고,
그로 인해 외국인으로서 처리하거나 감당해야 하는 복잡한 행정과 서류들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었다.
(정식으로 고용되면 회사에서 대부분 처리하거나 도와주는 문제들..)
또한 오랜 프리랜서 생활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성취감과 전우애가 제법 그리웠기 때문도 한 몫했다.
물론 취업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가 않다.
(이것은 다음 편에....)
하지만 취업 후 말로만 듣던 외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해보니-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과는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국 회사는 좀 자유롭지 않아?'
외국에서 일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아주 보수적인 대기업은 이 곳에도 있다.)
베를린은 젊은 회사,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지금 내가 몸다고 있는 회사의 경우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스타트업이라고 말하기에는 큰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 회사인 데다가 아직 가족적인 분위기가 남아있어
회사답지 않은 자유로움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비교적 젊은 회사에서 일했지만,
이곳이 확실히 더 자유로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1.
먼저 병가와 휴가-
한국에서는 (입원하는 정도의 심각함이 아닌) 병가를 사용하면 개인적인 휴가에서 일 수를 제외해야 했다.
병가라고는 하지만 가벼운 몸살감기로 내는 병가는 사실 개인적인 월차나 반차 개념이 더 강했다.
휴가의 경우도 그 직장을 오래 다니지 않은 이상 일주일 이상 내기는 어려웠고,
반드시 '사유'라는 것이 필요했다.
지금 회사는 2일 이상의 병가는 물론 의사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병원 방문하면 다 작성해주는...)
하루 정도의 병가는 인사팀에 이메일 통보 정도로도 가능하다.
물론 병가는 휴가 일 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휴가도 마찬가지. 우선 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한국을 방문을 계획하며 길게 자리를 비우는 것이 괜히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2주 휴가에 1주일 홈오피스를 하겠다고 했는데,
상관부터 팀원들까지 되려 왜 3주를 다 휴가 내지 않냐고 되묻는 시추에이션.
사유도 물론 기재를 해야 하지만 그것은 휴가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절대 결정하지는 않는다.
2.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
물론 이 곳도 계급과 상하 관계는 있다.
단지 다른 점은 눈치를 보지도, 볼 필요도 없다는 것.
팀장보다 먼저 퇴근하는 직원,
팀 이벤트(회식)에 참여하기 싫으면 말단 직원이라도 회사의 대표에게 '노'가 가능하고,
상사의 의견일지라도 동의할 수 없다면 반박을 할 수 있다는 것.
3.
양심적인 근무시간.
한국에서의 직장은 카드키를 사용했었다.
9시 출근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카드키가 정확히 9시 1분을 기록하여
칼같이 지각으로 체크되었다.
(물론 그곳도 젊은 회사였기에 10분 내외의 지각은 눈감에 주기도 했지만...)
유독 아침형 인간이지 못한 타고난 올빼미 성향 덕에
지하철역에서 회사 입구까지 원치도 않는 500m 달리기를 하는 일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지금의 회사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된다.
그 누구도 나의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직장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10시에서 5시 사이에는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8시에 출근하면 4시 퇴근이 가능하고,
전날 1시간 야근을 했다면 다음날 1시간 이르게 퇴근이 가능한 정도의 유연성이랄까...
점심시간의 경우도 본인이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다.
나 역시 빨리 퇴근하고 싶은 날에는 간단한 과일이나 샐러드를 일하는 중에 먹으며
점심시간을 따로 갖지 않고 이른 퇴근을 한다.
동료들이나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는 경우에도 어느 날은 30분, 어느 날은 1시간-
어느 날은 12시부터- 어느 날은 2시부터-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간에 갖는다.
회사 전체가 아주 바쁜 시즌에 있거나 전체 회의가 잡혀있어
꼭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해야 할 업무만 잘 소화해내면 그 누구도 내가 뭘 하든 감시하지 않는다.
물론 해외에서, 다른 문화권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언제나 마냥 재미있고 달콤하지 많은 않다.
(이건 또 조만간 한풀이를....)
어느 곳이든 일을 하다 보면 동전의 양면처럼
좋고 나쁜 점이 함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꿈꾸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험해보기 전에는 물론 모른다.
누군가에는 외국 생활을 맞을 수도, 누군가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해외에서 사는 한국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