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49유로 도이치란드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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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데, 문득 모든 인간관계에 염증이 느껴져, 정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그런 순간.
모든 인간관계와 내가 속해있는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각과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나이기에 지난 몇 주는 꽤나 바쁘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즐겁고 행복했지만- 정말 나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한 그런 시간들이었다.
마침 도이치 란드 티켓 (일명 49유로 티켓)도 시작했겠다! 하루 데이 오프를 내고 베를린을 벗어나 훌쩍- 떠나보기로 했다.
사실 떠나기 전날까지, 여행하려고 했던 당일 비가 온다고 해서 상당히 고민했다. 그래도 또 언제 결심하겠나 싶어 일단 떠나기로 결심. 무엇보다 요즘 독일-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다. 원래 이 주도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파란 하늘에 해가 쨍쨍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출근 시간을 피해 천천히 기차를 타기 위해 동물원 역으로 향했다. 9유로 티켓 때처럼 평일에도 사람이 너무 많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평일에 출근시간까지 피한지라 나름 한산했다.
동물원 역 (혹은 베를린 중앙역)부터 2시간마다 슈베린으로 향하는 기차가 있어서 시간만 잘 보고 타면 49유로 티켓 덕에 따로 기차표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동물원 역부터 슈베린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반. 원래는 슈베린 중앙역으로 가려고 했는데, 중심가와 슈베린 성을 구경하기에는 슈베린 Mitte 역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고 해서 슈베린 미테역에서 하차했다.
사실 슈베린은 성으로 유명한 곳이라 슈베린 성 외에는 딱히 일정이 없었던 지라. 날씨도 좋고- 기차역부터 슈베린 성까지 천천히 걸으며 시내 구경에 나섰다.
베를린과는 참으로 다른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슈베린 시내. 이렇게 보면 독일도 나름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가진 곳들이 많다.
저 멀리 보이는 제법 웅장해 보이는 교회. 뭔지 모르겠으나 일단 직진!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무려 슈베린 대성당이었다. 사실 내부에 들어가려고 계획을 하고 간 것은 아니었는데, 마침 내부 개방 시간이라 쉽게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인생, 타이밍-)
참고로 성당 내부는 월/수/금 낮 12시에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들어가라는 운명-
성당 내부는 생각보다 더욱 웅장했다. 스테인드글라스도 멋졌고!
입장료는 별도로 없고 대신 기부금을 받는다. 따로 입장료를 내고 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것도 있는데, 풍경 보겠다고 좁고 꼬불한 계단을 올라갈 마음이 들지 않아 패스.
독일을 대표하는 성인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디즈니 로고 성으로 유명한...)이 남쪽에 있다 하면 북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슈베린 성이라고 한다. 운이 좋은 건지 나는 첫 독일 여행 때 이미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가보았다. 이미 10년이 다 돼가는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참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슈베린 성은 좀 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성이다. 슈베린 성은 재미있게도 섬에 위치해있다. 섬 전체가 슈베린 성 그리고 정원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있고, 다리가 길지 않아 충분히 도보로 건널 수 있다.
정말 날씨가 다 했던 슈베린 여행- 따뜻한 햇볕 아래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자 성이 점점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름 점심을 맛있게 먹고자, 성내에 있는 레스토랑을 이미 예약해놓은 상태라- 성 외부를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성뿐 아니라 저 멀리 보이는 풍경도 참 아름답다.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유명한 포토 스폿! 아주 큰 프레임이 있는 벽인데, 벽안의 풍경이 마치 그림 같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추억을 남긴다.
아름다웠던 정원에서의 점심, 그리고 정원 산책
성을 중심으로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 예약해둔 시간이 딱 맞아 바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정원 외부 테이블에 앉으려 했으나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고 햇볕이 강해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인데도 내부 외부 모두 북적. 예약을 하고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 기분을 내보고자 무알콜 화이트 와인에 슈니첼! 맛이 꽤 괜찮았다. 곁들여진 야채도 적당히 맛있었고, 함께 온 오이 샐러드가 느끼함을 잡아주어 오래간만에 기분 좋은 식사를 마쳤다. 물론 창 너머로 바라본 풍경도 한몫했다.
부른 배도 꺼드릴 겸, 조용히 생각도 정리할 겸 성 뒤로 드넓게 펼쳐진 정원 혹은 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정말 조경이 잘 되어 아름답기도 했지만, 넓었다.
천천히 그늘을 따라 정원을 걷고, 마침 선곡해놓은 음악을 들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이러면서 생각 정리-
공원의 거의 끝부분이 도달했을 때쯤 마주친 그림 같은 풍경 :) 날이 좋았고, 음악도 좋았고, 풍경은 더 좋아-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날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머무르며 한참을 물멍을 때렸다. 오늘 여행의 원래의 목적.
사실 이제 유럽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이나 성당 내부는 다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패스하는 편인데, 슈베린 성은 유명하다고 하니 왠지 궁금하여 내부 구경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평일치고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줄을 사거나 입장을 할 때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빠르게 입장이 가능했다.
왕족들이 살았던 성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예전에 태어났다면 왕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억울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론 자본주의에 따른 나름의 계급이 있다고는 하지만 (흔히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 그래도 예전 시대에 비하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자유의 범위가 넓은 것 같다. 예전 왕족이나 귀족들의 삶을 보면 정말 어나더 레벨의 세상인듯하다.
슈베린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 역시 2시간마다 있다. 그래서 미리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그에 맞추어 천천히 다시 시내 방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슈베린 중앙역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집에 갈 때쯤 되자 구름이 깔리고 조금씩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날씨가 돌아다니기는 더 좋다- 비만 오지 않으면. 중앙역은 강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강가를 따라 걸으며 또 다른 물멍의 시간을 가졌다.
물, 그리고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은 몸도 마음도 정리 정화 시켜주는 듯하다. 정말 오래간만에 디톡스 제대로 했다.
슈베린 중앙역에 도착해 베를린행 기차에 몸을 싣고- 다행히 돌아가는 기차 역시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타고 갈 수 있었다. (평일 여행 사랑해요.)
창밖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한참 정리하자 베를린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급 결심하고 떠난 당일치기 여행은 오래간만에 몸도 마음도 정화시켜주는 제대로 된 디톡스 여행이었다. 베를린에서 아주 멀지는 않지만, 적당한 거리가 있어 당일치기 느낌이 물씬 나는 슈베린. 지금과는 또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을 다른 계절에 이곳을 또 한 번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