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49유로 도이칠란드 티켓
독일은 지난 5월부터 새로운 교통권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이름하야 '도이칠란드 티켓 (일명 49유로 티켓)! 49유로를 내면 독일 내 모든 지역 교통수단 (지하철, 지상철, 버스, 트램, 지역 기차- but, ICE 혹은 EC 같은 고속 열차 제외)을 탈 수 있다. 이전 독일은 지역별로 교통권이 나누어져 있어, 베를린의 정액권이 있다고 해도 뮌헨이나 함부르크 같은 다른 도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파격적인 9유로 티켓, 그리고 후속작이었던 29유로 티켓에 이은 49유로 티켓. 심지어 회사를 통해 연간 교통권으로 구입하면 가격이 더욱 저렴해져서 회사를 매일 출근하진 않지만 여기저기 다닐 요량으로 나도 도이칠란드 티켓을 구입하였다.
베를린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문제가 될 건 아니지만, 유일한 단점이라면 9유로 티켓과는 다르게 49유로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계약'을 해야 한다. 그 말인즉슨 내가 6월 한 달만 사용하고 싶을 경우 티켓을 미리 5월 초에는 구입을 해야 하고, 5월 중순 이전에 미리 해지를 해두어야 7월 교통권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복잡-)
무튼, 49유로 티켓으로 이미 슈베린을 다녀온 뒤- 다음은 어디로 갈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베를린에서 1시간 반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 '콧부스'로 당일치기를 가지는 제안을 했다. 마침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긴 주말이었고, 나와 다른 한 친구 역시 Why not! 을 외치며 그렇게 우리의 당일치기 여행이 급조되었다.
날이 무지 좋았다. 땡볕 아래 계속 걷기는 좀 힘들었지만, 그늘 밑으로 자리를 옮기면 금세 서늘해지는 그런 날이었다. 베를린에서 로컬 기차를 타고 1시간 반 남짓 달리자, 콧부스에 도착했다. 49유로 티켓 덕분에 콧부스 내에서도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날이 너무 좋아서 시티 센터까지 슬슬 산책을 하며 풍경을 둘러보기로 했다.
클래식하게 귀여웠던 빈티지 버스를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니 어느새 시티센터 초입에 도착했다. 시내 초입을 알리는 Spremberger Turm가 눈에 들어왔다. 시내로 들어오자 제법 사람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들도 꽤 많이 보였다.
시내 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다다른 Old market square. 콧부스의 메인 광장이다.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모여있고, 큰 광장 여기저기 야외에 앉을 수 있는 좌석들이 즐비하다.
나중에 이곳으로 돌아와 다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광장에서 조금 걷자 바로 나오는 교회. 규모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적당한 사이즈의 아름다운 교회였다.
작지만 내부가 꽤 아름다웠다. 한편에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엽서들과 밝힌 초들 이 놓여있었다. 종교에 관계없이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나는 가면 항상 조금씩 돈을 기부하고 초를 밝히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사실 콧부스는 뭔가 대단히 할 거리나 볼거리가 많은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도시를 산책하며 구경한다는 것이 우리의 유일한 계획이었다. 다행히 날이 좋아 여기저기 뚜렷한 목적지 없이 걸음 중간중간 발걸음을 멈추어 마음 드는 곳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탓인지 대부분의 안내 혹은 표지판이 독일어와 폴란드어 모두 표기되어 있었다. 유럽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가, 국경이 가깝거나 혹은 역사적인 이유 특정 지역에서는 한 나라에 소속되어 있는 도시지만 보통 두 가지 이상 언어로 대부분이 사람들이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도시가 예전에는 독일에 속했었는데, 지금은 프랑스에 속해있는 경우 그 도시 (관광지의 경우 특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모두를 할 줄 아는 경우가 많다.
작은 다리를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걷기 시작하자 미술관이 나왔다. 전시가 흥미로워 보였지만 같이 간 친구 중 하나가 그닥 미술에 관심이 있는 친구가 아니라-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대신 미술관 앞에서 흥미로운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Kunstautomat, 예술 자판기란다. 4유로를 넣고 원하는 테마 (사랑, 자연, 등등) 중 하나의 레버를 당기면 담뱃갑만 한 크기의 상자가 나오고, 그 안에 작은 로컬 작가들의 작품과 작가 프로필이 들어있다.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로컬 작가들에게는 본인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방문객에게는 크지 않은 금액으로 부담 없이 오리지널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니...
뭔가 뚱해 보이지만 귀여워 보이는 강아지 상 ㅎㅎ 사진에는 없지만 옆에 작은 놀이터가 있는데, 거기서 꽤 오랜 시간 머무르며 그네를 탔다. 하하
사실 원래 계획은 당일치기로 콧부스만 살짝 다녀오는 거였는데, 마침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길에 슈프레 발트가 있어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기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독일 음식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 우리의 선택은 그리스 음식. 그리스 음식은 언제나 옮다 하하.
우리의 계획은 사실 콧부스만 가는 거였으나-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길에 슈프레 발트가 있어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슈프레 발트는 특정한 도시나 마을이 아니라 슈프레강 삼각지를 중심으로 전반적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작은 옛날 식수로나 강옆으로 형성된 숲이라 자연과 하이킹을 사랑한다면 가볼 만하다. 나는 한 번도 슈프레 발트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잠시 들러보는 아이디어에 대 찬성! 역시 계획 없이 가까운 역에서 내려 그 주변을 조금 둘러보기로 했다.
날이 좋아서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던 날. 아기자기한 강가를 거닐으니 마치 베니스라도 다시 온 기분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슈프레 발트는 오이? 혹은 오이로 만든 피클이 유명하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피클이나 오이 관련 음식을 기념품 개념으로 판매하는 곳을 많이 볼 수 있고, 모든 관광객 대상 기념품들도 오이, 오이, 오이다. 하하
강가를 걷다가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금세 울창한 숲이 나왔다. 잠시 안쪽을 향해 걷다가 사실 우리는 하이킹을 계획하고 온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다시 숲 밖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독일, 특히 남부지역이나 혹은 날이 더운 날에는 숲에서 종종 체케라는 살인진드기에 물릴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피부를 가리는 얇은 긴팔을 입거나 아니면 미리 진드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이 좋다. 우리는 이러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혹시 모르니 서로 머리카락 속, 발목, 손목 여기저기 서로 살펴봐 주었다. 하하 마치 원숭이 무리 같았달까;;;
유럽의 여름은 해가 거의 밤 10시쯤 지기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유 있게 두 지역이나 당일치기로 여행을 했음에도 집에 갈 때까지 대낮처럼 환했다.
꼭두새벽부터 만난 건 아니지만, 아침부터 하루 종일 걷을 탓에 집에 갈 때쯤에는 모두가 녹초가 되어있었다. 저녁시간쯤, 게다가 공휴일인지라 베를린으로 돌아갈 때쯤 기차는 제법 북적북적. 중간에 다행히 빈자리가 생겨 잽싸게 앉아서 나름 편안하게 갔지만, 집에 도착해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꿀잠 잔 날이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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