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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Apr 19. 2024

4일 동안 3개국 여행 part 2. 아트 바젤

(ft. 49유로 티켓으로 국경 넘기) 2023.06.16


여행 둘째 날.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자 유럽으로 이사 온 후 첫 번째 스위스 여행. 유럽에는 매해 국제적 아트 이벤트들이 열리는데, 베를린 7년 가까이 살며 그 어디도 한 번도 가지 않았었다. 주 이유는 이러한 대규모 이벤트들에 가게 되면 사람이 너무 많아 결국은 작품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뿐더러, 지역 자체가 너무 전 세계에서 온 방문객으로 북적여, 숙소 잡기도 힘들고, 모든 것이 비싸고-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뮌스터, 카셀, 베니스 등 한 번도 대규모 국제 행사에 간 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그 룰이 깨지게 되었다. 내가 다녀온 아트 바젤은 매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적 아트 페어로, 전 세계 유명한 갤러리들과 소속 작가들, 그리고 그 해 각광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 참여해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하는 페어이다.


작품 전시 목적이 아닌 판매가 주 목적이다 보니, 나는 초반에 방문해 몰랐는데 이벤트 막바지에 방문할수록 유명한 작품이나 인기가 많은 작품은 이미 판매가 되어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아트 바젤 방문이었고, 물가 비싼 스위스를 피해 기차로 오고 갈 수 있는 거리인 독일에 숙소를 잡고 방문을 하게 되었다. 내가 묵었던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바젤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지역 기차를 타고 가는 것. 지역 기차를 타고 가면 40-50분 정도 걸리고, 49유로 티켓 소지 시 무료이다. 국경을 넘는 기차지만 내가 가는 바젤 Bad 역까지는 독일 철도 회사에서 서비스를 관할하여 도이칠란트 티켓 소지 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고속 열차인 ICE는 제외이다)


종종 이 도이칠란트 티켓이 독일과 국경이 근접한 해외에서 이용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자세한 정보는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https://www.bahn.de/faq/deutschlandticket-verkehrsmittel-ausland





바젤 역에서 라인강으로


기차를 타고 40여 분쯤 달려 도착한 스위스 바젤 Bad 역. 아트 바젤은 중앙역이 아닌 Bad 역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이다. 물론 트램 등을 타고 이동도 가능하지만, 날도 좋고 시내를 구경할 겸 나는 살짝 걸어보기로 했다. 


사실 바젤은 스위스 중에서도 독일어권 지역이기 때문에,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는 나에게 국경을 넘었다는 느낌이 엄청 와닿는 곳은 아니었다. 길거리의 사인, 사람들의 대화- 대부분이 독일어로 되어있고, 건물들도 생김새가 아주 다르지 않아- 내가 스위스로 온 건지 아직도 독일에 있는 건지, 기차역에 내려서 막 나왔을 때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바젤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트 바젤은 바젤이라는 도시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듯싶다. 도시 여기저기 온통 아트 바젤의 흔적이 느껴진다.




아트 바젤 입장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커피도 한잔할 겸 강 쪽을 향해 산책을 조금 더 해보기로 했다. 중간 적당한 곳에서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결과적으로 커피는 무지 맛이 없었고, 스위스 물가는 엄청났다. 맛없는 커피 한 잔에 6유로 가까이 냈다.), 바젤 시청사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적당히 그늘진 곳을 골라 산책을 시작- 큰 길을 따라 쭉 걷자 곧 라인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인강을 지나 시청사로 향하니 마침 시청사 앞에 작게 마켓이 열리고 있어 사람들이 북적북적. 아트 바젤 탓인지 대부분 길거리에 로컬들보다는 관광객이 더 많은 듯했다.









라인강 근처를 오가며 간단하게 바젤 아침 산책을 마친 후, 아트 바젤 입장시간이 가까워서 다시 전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중간에 발견한 귀여운 포스터.






아트 바젤 Art Basel


전시장 쪽으로 다시 돌아오자 입장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그래도 정리 정돈도 잘 되어있고, 입장 줄이 여러 줄로 나누어져 있어 그리 오래 시간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티켓 확인을 하는 입장 줄이라기보다는 시큐리티 체크 줄이었다. 가방 안과 소지품을 체크하여 위험한 물품이 없는 확인. 아무래도 국제적으로 큰 행사다 보니 시큐리티 체크를 꽤나 철저하게 하는듯하다.






입장하자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지며, 티켓 구입, 라커룸 등이 보이고, 사람이 많긴 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그래도 작품을 보기에 너무 혼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중 눈에 띄었던 루이비통 부스. 아티스트와 콜라보 한 서적도 있고,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도시별로 만들어진 가이드 책자였는데, 베를린이나 런던 책자를 사고 싶어 둘어봤는데 가격에 비해 서적 내 정보가 그다지... 일반 여행 가이드 서적이라 하기엔 정보가 그리 알차지 않았고, 그렇다고 디자인이 엄청 메리트가 있는 책도 아니었다. 그에 반해 루이비통에서 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은 무려 42유로 정도. 가격 대비 사야 할 값어치가 있어 보이는 서적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분 좋았던 점은 부스 직원이 엄청나게 친절했다는 것.





매년 6월 4일 동안 펼쳐지는 아트 바젤에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화랑 수백 곳이 참가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 갤러리’(Art Galleries), 실험 미술을 위한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인 ‘아트 스테이트 먼츠’(Art Statements), 출판물을 전시하는 ‘아티스트 북스’(Artist Books), 세미나 프로그램인 ‘아트 바젤 컨버세이션’(Art Basel Conversations) 등이다. 또한 ‘아트 필름’(Art Film), ‘아트 살롱’(Art Salon) 등의 이벤트도 마련돼, 아트 바젤은 단순히 미술 전시회나 미술 시장으로 한정할 수 없는 대형 축제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아트 스테이트 먼츠’는 세계 각국의 화랑들이 추천한 젊은 작가들 가운데 23명을 선정해 제1전시관 앞쪽에 단독 공간을 제공해 개인전을 열어주고 거액의 상금을 수여하는 것으로 상당한 경쟁력과 권위를 인정받는 행사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트 바젤 [Art Basel]



한 가지 웃겼던 사실은 (내가 가장 극혐하는 스타일이기도 한데), 아트 바젤에 작품을 보러 오는 게 아니라 '나는 이렇게 아트에 관심이 있는 힙스터다'라는 마인드로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무슨 말인가 즉슨, 작품을 보고 작품 사진을 찍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전시장을 오가는 자신의 모습이나 작품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찍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던 것.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고 취향도 다르겠지만, 내가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류 중 하나다. 전시장의 컨텐츠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런 힙한 전시도 보는 교양 있는 사람이다를 SNS에 자랑하려고 오는 부류랄까... 


아무튼 아트 언리미티드는 비교적 입장하자마자 봐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아 볼만했다. 홀을 이동해 상업 갤러리 부스 쪽으로 넘어가자 복작복작. 그리고 동선이 꽤 복잡해 지도를 보지 않고 이동하며 모든 갤러리 부스를 보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나야 그냥 한 바퀴 둘러본다는 느낌으로 돌아다녀서 딱히 체크까지 해가며 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지도에 이미 방문한 갤러리 부스 넘버를 꼼꼼히 체크해가며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갤러리 부스 중간에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야외 공간이 있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안타깝게도 사진이 없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구매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 아무래도 꽤 큰 규모의 페어이다 보니 중간중간 휴식 없이 계속 보이가 쉽지 않다. 전시장이 넓어도 너무 넓다!













여기저기 계획 없이 걷는 바젤 산책


아트 바젤 관람을 마친 뒤, 여름이라 아직도 밖은 대낮처럼 환했고- 독일로 넘어가기 전에 바젤을 가볍게 산책하기로 했다. 물론 가볍게라고는 하나 나는 걷기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내 기준 가볍게 이지- 일반적으로는 그다지 가벼운 쪽의 산책이 아닐지도...





한참 걷다 보니 만나 바젤 아트 뮤지엄. 건물이 참 독특하고 멋졌다. 다만, 하루 종일 아트에 시달리다(?) 와서 그런지 더 이상 작품은 보고 싶지 않은 느낌적이 느낌이.. 그래서 멀리서 건물을 본채 안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그리고 좀 더 걷다 보니 만난 바젤 대성당. 사실 걷다가 성당 안쪽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성당에 도다르자 작은 문으로 사람들이 나오는 게 보여서 그쪽으로 가자 뜻밖에 안뜰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길을 따라 다시 밖으로 나오자 라인 강이 펼쳐져 있는 풍경이 맞이해주었다.








성당 내부는 깔끔하고 웅장했다. 옛날에 지어진 대성당 건물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스테인드글라스와 파이프 오르간이 참 웅장하면서도 멋지다.






성당을 나와 다시 밖으로. 아트 바젤 기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아트 바젤의 일환 혹은 상관없이 작품들을 도시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바젤은 아기자기한 도시임에는 분명하나 사실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는 나에게 엄청나게 새로운 풍경들은 아닌지라, 이국적이라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가고시안 갤러리를 마지막으로 산책을 마치고, 트램을 타고 다시 바젤 Bad 역으로 향했다.  








바젤을 또 언제 올까 싶어 기차에서 아쉬운 마음에 한 장. 사실 스위스를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바젤에 올 일은 거의 없기에- 


무엇보다 이렇게 한번 아트 바젤을 봤으니 다시 또 올 일이 있을까 싶다. 거리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막판에 특히 갤러리 부스 쪽에 갔을 때 너무 북적이고 정신없어서- 그래 아트 바젤은 인생에 한번 와본 경험을 충분하다 싶었다. 언제 다시 또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 같아선 아트 바젤은 나에게 또 방문하고 싶은 그 무언가는 아니다.






+


하루 종일 아트, 아트, 아트에 시달려서 그런지 정말 마음에 와닿았던 문구.

No more art...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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